55용사 부르며 눈물 흘린 尹대통령…“어찌 평정 유지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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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尹대통령, 묘비 출생·사망일 보고 속으로 엄청 울어”
윤석열 대통령이 3월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 이름을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월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 이름을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장병 등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용사 55인의 이름을 부르다 울컥인 것과 관련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장병을 생각하면 어찌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순국 장병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눈물을 보인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기념식 후 참모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26일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참모들에게 "묘역을 찾은 게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그때마다 묘비 뒤편 출생일과 사망일을 보고 마음 속으로 엄청 울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전사한 55명의 장병 이름을 5분여에 걸쳐 차례로 불렀다.

윤 대통령이 호명 직전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현장에 참석한 유족 및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참모들, 군 장성들 상당수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고 정종율 상사 묘역을 참배한 뒤 유가족 정주한 씨를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월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고 정종율 상사 묘역을 참배한 뒤 유가족 정주한 씨를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념식 전에는 묘역을 돌아본 윤 대통령이 비석을 살펴보며 전사 당시 나이와 생존해 있다면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묻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 손을 잡고 "진짜 죄송합니다, 어머님"이라고 말했다.

전사자 이름을 부르며 기리는 이른바 '롤 콜'은 일찌감치 확정된 형식이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가보훈처 등이 윤 대통령 뜻을 담아 초안에 반영했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실이 그에 맞춰 전사자 사진과 태극기 등으로 배경 영상도 제작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 독회 때도 전사자 인적 사항을 확인하면서 "전부 스무살, 스물 한살인데 꽃다운 나이에"라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보훈처는 2015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이 미국 워싱턴DC에 한국전 기념 공원을 건립하고 추모의 벽을 세우는 과정에서 윌리엄 웨버 이사장이 무려 사흘에 걸쳐서 3만5000명의 미군 병사 이름을 직접 부르고, 이듬해인 2016년 6시간 걸쳐 카투사 장병 7000명의 이름을 호명한 것에 착안해 이번 롤 콜 행사를 기획했다고 대통령실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기념식 이후) 유족과 장병뿐 아니라 예비역 군인들도 국방부와 대통령실에 많은 격려를 보내줬다"며 "이제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많은 말씀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월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월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29일 발표한 대선 출마 선언문 첫마디를 "천안함 청년 전준영은 분노하고 있었다"는 말로 시작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그해 현충일에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씨를 만났고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취임 초인 지난해 6월9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 전씨를 비롯한 '서해 용사'와 유족을 초청해 오찬을 갖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 실시간 영상은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3만6000여 명이 조회했다. 이는 취임 후 최고치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방문 불발에 대해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갔다"며 "올해는 여러 일정이 있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우종수 경기남부청장이 내정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인사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또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 여부와 관련, 법률안 검토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농민과 농민단체에 소속된 분들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자세하게 들어보고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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