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원방문판매 업계 1위 회사 고속성장의 명과 암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1 13: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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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4000% 성장했지만 판매원 평균 후원수당은 40만원 
고액 수당 미끼로 사재기 유도…헐값에 쏟아지는 재고에 ‘원성’  

리만코리아 인셀덤 세트를 정가에 구매한 사람은 ‘호갱’(어수룩해 속기 쉬운 손님)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온라인 쇼핑몰에 정가보다 30~50% 저렴한 할인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만코리아가 애초에 세일즈 능력이 전무한 판매원을 끌어모아 대량 구매를 유도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돈이 된다는 말에 빚까지 져가면서 리만코리아 상품을 사재기했지만, 판매를 못 하니 온라인에 떨이로 내놓는 것이다. 리만코리아 안팎에서는 상품을 제값에 구매한 호갱은 판매원들밖에 없을 것이라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제친 리만코리아

최근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후원방문판매 기업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단연 리만코리아다. 화장품 브랜드 ‘인셀덤’으로 법인 설립 4년 만에 후원방문판매 업계를 평정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의 삶은 퍽퍽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하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리만코리아 사업에 발을 들였다가 그야말로 ‘개미지옥’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원방문판매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만, 판매원 자신과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대해서만 후원수당이 지급되는 판매 형태를 가리킨다. 차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대해서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다단계판매와 다른 점이다. 사실 판매원의 후원수당 지급 구조만 다를 뿐 후원방문판매의 영업 방식은 다단계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도 후원방문판매업자 주요 정보’에 따르면 리만코리아는 화장품 기업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매출액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장품 브랜드 인셀덤을 운영하는 리만코리아는 2018년 설립 이후 사업 초창기부터 연예계 톱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미국 진출까지 본격화한 리만코리아의 성장세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리만코리아 자료를 종합하면, 설립 첫해 18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9년 429억원 △2020년 4317억원 △2021년 7154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매출이 5년 사이에 무려 3974%나 증가한 것이다. 2020년 영업이익은 2485만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었지만, 그다음 해 201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이 덕분에 회사 곳간을 의미하는 이익잉여금은 3억원에서 15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아졌을까. 그렇지 않다. 당초 리만코리아는 판매원에 대한 파격적인 수당 지급으로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온라인에 ‘리만코리아’ ‘인셀덤’ 등을 검색하면 리만코리아 사업 성공 스토리가 넘쳐난다. SNS에는 리만코리아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며, 고급 외제차와 명품 옷을 과시하는 사진과 영상도 무수히 많다. 대부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리만코리아 판매원을 시작하지만 현실은 빈곤 그 자체였다.

먼저 공정위 자료를 보면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이 얼마나 돈을 못 벌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위 1% 판매원들의 평균 연봉은 1134만원으로 1년치 최저임금 연봉(2412만원)만도 못하다. 리만코리아 상위 1~6% 판매원의 평균 연봉은 243만원으로 주요 후원방문판매 기업 20곳 중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낮다. 

ⓒ유튜브 캡처
2021년 7월1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리만코리아 비즈니스 세미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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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리만코리아와 인셀덤을 검색하면, 각종 피해 사례를 경고하는 영상이 나온다. ⓒ유튜브 캡처

판매원 수 1위지만 ‘1인당 평균 매출액’ 꼴찌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은 막대한 후원수당을 기대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지만 이마저도 업계 최하위다. 2021년 기준 리만코리아에서 후원수당을 받은 사업자 43만1908명 중 34만1704명(79%)의 1인당 후원수당 평균 지급액은 40만원밖에 안 된다. 이는 LG생활건강(790만원), 아모레퍼시픽(760만원), 코웨이(810만원), 유니베라(180만원)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리만코리아 사업으로 1억원 이상 벌기 위해서는 상위 0.0007% 안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5년간 리만코리아에서 1억원 이상 후원수당을 받아간 판매원은 8명밖에 없다. 2019~20년에는 한 명도 없었으며, 2021년 1억원 이상 후원수당을 받은 사업자는 43만 명 중 단 3명뿐이다. 이 외에 상위 1% 판매원들이 받은 후원수당 규모는 △1억원 미만~5000만원 이상 20명 △5000만원 미만~500만원 이상 7792명인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리만코리아 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리만코리아 본사는 급격한 성장을 이뤘는데, 왜 판매원의 돈벌이는 시원치 않을까. 업계에서는 리만코리아가 소비자 판매 위주의 영업 방식이 아닌 다단계식으로 판매원 모집에만 열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영업 능력이 없는 판매원들을 마구잡이로 모집해 본사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게 해 급격하게 매출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리만코리아 ‘총 판매원 수’가 리만코리아의 이 같은 영업 방식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리만코리아의 총 판매원 수를 보면 △2018년 8060명 △2019년 1만6516명 △2020년 37만4246명 △2021년 59만350명이다. 이는 대기업 후원방문판매 업체인 LG생활건강(2만2269명)과 아모레퍼시픽(2만2100명)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리만코리아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판매원들을 모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이 직접 영업을 뛰며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아 창출한 수익을 의미하는 ‘1인당 평균 매출액’은 업계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난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2021년 1인당 평균 매출액은 각각 2769만원, 2709만원이다. 하지만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121만원으로 후원방문판매 기업 상위 20곳 중 가장 낮다. 이는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이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못 팔고 있거나 혹은 영업하지 않은 판매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판매원들 사이에서는 리만코리아의 이 같은 영업 방식에 대해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먼저 고액의 수당을 미끼로 판매원을 모집한 후 사재기를 유도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리만코리아의 말단 판매원인 플래너의 경우 매니저·파워매니저 등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당을 챙길 수 있다. 매니저는 300만원, 파워매니저는 700만원, 대리점장은 1억원가량의 누적 매출을 달성해야 해당 직급을 달 수 있다. 

리만코리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판매원이 대리점장이 되기 위해선 1억원이 넘는 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만난 판매원의 주장에 따르면, 파워매니저가 대리점장이 되려면 자신과 같은 파워매니저 10명을 모집하거나 7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그 후 대리점장 후보가 되는데, 2개월 동안 또 3300만원의 추가 매출을 만들어야 대리점장이 될 수 있다.

전문 판매원이 아닌 이상, 이 같은 실적 달성은 ‘극한직업’에 가깝다. 이 때문에 판매원들이 리만코리아 본사의 실적 기준을 채우기 위해 빚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 리만코리아 대리점을 운영했던 가정주부 A씨의 말이다. “사업 세미나에서 파워매니저 10명만 모집하라고 교육시킨다. 또 ‘얼굴경영’이라고 하면서 리만코리아 상품만 잘 바르고 다니면 저절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에 혹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빚만 잔뜩 쌓였다. 이미 투자한 돈이 있어 발을 빼기도 어려웠다. 실적 기준이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고, 계속 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버티다 못해 대리점을 접었다.”

수당 더 받으려다 재고와 카드빚에 허덕

리만코리아 상품이 시중에서 반값에 판매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A씨처럼 대리점을 접거나 직접 판매를 못 하는 판매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재고 상품을 쏟아낸 탓이다. 실제로 리만코리아의 ‘인셀덤 3종 세트 부스터 세럼 엑티브 크림’의 정가는 16만5000원이지만,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7만~8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결국, 영업 능력이 없는 판매원들이 상위 직급만 얻기 위해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생긴 부작용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들의 재고 상품이 시중에 풀리면서 판매원들이 물건을 정가에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역시도 판매원들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리만코리아 상품 가격과 유통 구조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정상적인 판매원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 수익 창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리만코리아 역시 온라인 유통 및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며, 적발 시 판매점 계약 해지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만코리아 제품은 모두 ‘가짜’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판매원들은 리만코리아의 문어발식 판매원 모집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온라인에서 리만코리아 상품을 판매하다가 계약 해지된 판매원 B씨는 “출혈경쟁을 조장한 건 리만코리아다. 반값에 팔 수밖에 없는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판매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제대로 된 판매원은 키울 생각을 안 하고 어떻게든 본사 물건을 밀어낼 판매원 모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리만코리아 상품은 시장성을 아예 잃어버릴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판매원들의 피해 사례 때문에 업계에서는 리만코리아가 불법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리만코리아는 2019년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2021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모두 불기소(기소유예)되거나 혐의 없음으로 끝나 리만코리아는 사실상 법망을 피해 갔다. 일각에서는 리만코리아의 사업 방식이 다단계 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매원의 피해 사례와 별개로 리만코리아의 사업 방식은 합법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 다단계 및 유사방판 회사의 불법적 행위와 유사수신 행위가 국가 및 서민 경제에 큰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 《네트워크 마케팅 바로 알기》 저자로 불법 다단계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뤘던 정예재 법무사는 “후원방문판매 업체들이 실질은 다단계판매 형태로 영업하면서도 형식은 후원방문판매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방문판매법 시행령의 예외 규정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후원방문판매 업체들의 편법 영업을 막기 위해서는 방문판매법 시행령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만코리아, 판매원 원성에 “일부 책임 통감”

리만코리아 측은 판매원들의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일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만코리아는 판매원들의 무리한 구매를 억제하기 위해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리만코리아 판매원들의 낮은 소득에 대해 “판매원 중 상당수가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회원이며, 통계를 목적으로 전체 판매원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평균 소득이 낮게 나온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원들의 소득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판매원들에게 사재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대리점의 과다 재고 매입을 방지하기 위해 구매 한도를 매월 100만원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면서 “다만, 일부에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회원 등록을 해 재고를 매입하다 적발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본사가 즉시 강제 환입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당사는 적극적인 반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리점과 판매원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만코리아는 판매원들의 어려움에 대한 개선 의지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영업본부에서 이런 부적절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도 나름으로 예방책을 마련해 판매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올 상반기 소비자 회원과 사업자 회원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으며, 리만코리아 사업을 하다가 피해를 본 판매원이 실제로 있다면 보상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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