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택배기사 5-8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인물”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1 14:0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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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로 컴백 후 ‘넷플릭스 톱10’ 1위 올라 주목

김우빈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가 ‘넷플릭스 톱10’ 1위에 올랐다(5월17일 현재,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넷플릭스 톱10’은 5월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의 시청시간 합산 결과를 토대로 집계된 순위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윤균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조의석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김우빈은 극 중 모래만 남은 세계에서 생존을 배송하는 전설적인 택배기사 5-8로 분해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막강한 캐릭터를 연기해 호평을 받고 있다.

김우빈은 2008년 모델로 데뷔했다.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대한민국 상위 1% 재벌가에서 자란 고등학생을 연기해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훈훈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SBS 연기대상 10대 스타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스물》에서는 공감 만점 청춘 캐릭터로 최고의 기대주로 급부상했고,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마스터》 《외계+인》 1부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하이틴 로맨스부터 정통 멜로와 드라마, 액션까지 섭렵하며 연기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며 공백기를 거친 후 2019년 완치 판정을 받아 연기자로 복귀했다. 최근엔 토크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쾌유를 빌어준 많은 이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신처럼 병마와 싸우고 있을 또 다른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우빈을 만나 《택배기사》 비하인드와 근황에 대해 들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5월17일 기준)가 됐다.

“너무 감사하다. 해외 분들이 많이 봐주셔서 잘 믿기진 않지만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사실 저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하루하루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중이다. 그래서 흥행이라는 것도 상상을 안 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했고, 많은 분에게 이 작품이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구체적이지 않았다. 한데 이렇게 많은 분이 봐주고 계셔서 행복이 넘친다.”

작품을 본 소감도 듣고 싶다.

“내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래도 많은 분이 봐주셔서 기쁘고, 작업했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이 많았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영향은 조의석 감독이었다. 《마스터》라는 작품을 7년 전에 같이 했었고 그때의 기억이 참 좋아서 다시 함께 호흡을 맞춘다면 굉장히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덧붙여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 때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쩌면 훗날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설정들이 흥미로웠고, 그 세계관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그려내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캐릭터인 ‘택배기사 5-8’을 연기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한 부분은 5-8의 마음가짐이다. 5-8은 난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림받고 아파했던 인물이다. 그는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같은 대우를 받는 세상을 꿈꾸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버림받고 아파하는 이들을 조금 더 생각하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5-8을 만났을 때 더 반가웠고 몰입하기 좋았다. ‘뭘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보다 5-8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행복할 의무가 있는 존재라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배우 김우빈을 넘어 인간 김우빈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너무 많다. 작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것들에서 행복과 감사함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언제나 부모님이 곁에 계실 것 같아서 그게 어떤 행복이고 감사함인지 느끼지 못하고 살 때도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문득 감사함을 느낀다. 세끼 밥을 챙겨 먹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도 제게 감사한 일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너무 좋더라. 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해가 쨍쨍하면 컨디션이 좋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는데 해가 쨍쨍해서 행복했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극 중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고, 그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CG라고 하셔서 놀랐다. 작품의 배경도 미래인지라 그래픽 작업이 많은 작품 환경이 기존 환경과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다.

“아시다시피 전작인 《외계인》을 하면서 13개월 동안 블루스크린 앞에서 하늘을 날고 우주를 돌아다니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외계인이 끝난 후에 ‘나는 이제 블루스크린 앞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정도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렵긴 하더라. 눈으로 직접 보고 연기하는 것과 그림을 상상하며 하는 연기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이 너무 많이 도와줘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담배 신 얘기를 덧붙이자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더라. 감독님께서 담배 설정은 건강에 안 좋으니 모두 빼자고 제안하셨는데, 캐릭터와 담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욕심이 났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좋지 않은 공기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모순적이기도 하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잘 어울려서 가능하면 CG로 연기를 해보겠다고 제안했다. 담배를 피우는 상상을 하면서 연기의 흐름과 호흡을 느끼면서 촬영했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지만 즐거웠다.”

인류가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 들어간 소감도 궁금하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상상하는 만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몰입하려고 했다. 마스크를 썼을 때와 안 썼을 때 마음가짐과 호흡에 차이를 두려고 하고 기운 차이도 두려고 했다. 한남대교 주변 건물들이 황폐화되고 무너지는 것들을 상상했을 때 마음이 이상했고, 내가 느꼈던 그 마음들을 5-8은 과거에 느꼈을 테니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촬영할 땐 작품의 주된 배경인 오염된 공기가 어떻게 표현되었을지도 가장 궁금하고 기대됐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송승헌 형이 같이 하는 장면마다 편안하게 리드를 잘해 줘서 후배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게도, 편안하게 촬영했다. 항상 의견을 물어봐 주었고, 덕분에 과정이 더욱 수월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특히 형은 제가 어릴 때 TV에서 봤던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신기했다. 도대체 뭘 먹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자주 물어봤다. 하하. 후배인 강유석은 참 밝고 열심히 하는 동생이다. 그래서 정말 고마웠고 연기를 자유롭게 잘해서 같이 호흡 맞추는 게 좋았다.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는데 현장에서 ‘우리 유석이 찍은 거 보여주세요’ 하면서 같이 호흡하는 느낌을 계속 받으려고 노력했다. 유석이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난민을 돕는 ‘블랙 나이트’ 멤버들은 계속 붙어다니면서 많이 친해졌다. 다들 성격이 좋고 비슷한 점도 많아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촬영 끝나고 같이 운동하러 가고 밥도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다. 최근에도 다 같이 모여 수다 떨고 맛있는 거 먹고 잘 지냈다. 그들 덕에 5-8로 잘 지낼 수 있었다.”

조의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마스터》라는 작품이 끝난 후에도 연락하면서 지내왔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조의석 감독은 내가 어떻게 연기할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 호흡을 맞추는 데 너무나 편안했다. 물 흘러가듯 오래전부터 한 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백 이후 쉴 새 없이 작품을 이어 나가고 있다.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바쁜 하루하루에 대한 기분이나 소감도 궁금하다.

“컨디션 조절은 잘 자고 잘 먹고 좋은 생각을 하는 정도다. 모두가 하듯이 그렇게 한다. 바쁘다는 건 찾아주는 분이 많다는 의미다. 참 감사한 일이다. 행복하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예전에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날 너무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정작 일이 많아지니까 일을 쉬고 싶더라. 그런 내 마음을 알게 돼서 깜짝 놀랐을 때가 있다. 그렇게 원했던 삶인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찡찡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그때부터 바쁘다는 걸 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택배기사》의 관전 포인트와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작품을 선보인 소감도 궁금하다.

“인물들이 움직이는 이유가 분명하다. 그들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각자 캐릭터의 마음을 조금씩 생각해 본다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송승헌과 강유석, 이솜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재미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행복하게 작업한 만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소중한 결과물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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