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계파 ‘경계’ 없었다…횃불 들고 모인 5‧18 전야제
  • 광주=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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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지도부 총집결…與, 김병민·이준석 등 청년층 참석
이재명 인기 여전…與 인사들에 고성·삿대질하는 시민도 보여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서 참석자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서 참석자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날인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비빔밥처럼 광주 오월광장에서 시민들과 어우러졌다. 여야와 계파 색(色)은 상관없었다. 다만 이들은 기름처럼 각자 자리에서 세를 지키며, 서로 어우러지진 못했다. 이날 물세례는 없었다. 다만 광주시민들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광주 금남로 일대에선 저녁 6시경부터 ‘오월풍악제’ 행진을 시작으로 5·18 전야제 행사가 진행됐다. 민주당 측에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들이 약 20명 가까이 집결했다. 여당 측에선 지도부인 김병민 최고위원과 김가람 청년대변인 등 ‘국민의힘 청년대표단’ 약 20명이 모였다. 또 이준석 전 대표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팀도 함께했다.

차량이 통제된 금남로 거리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수많은 계층의 인파도 몰렸다. 특히 취재진과 유튜버까지 뒤엉키며 금남로는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해졌다. 행사 주체 측에선 “행사를 진행해야 하니 제발 앉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진영은 그야말로 ‘성역’을 방불케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금남로를 천천히 걸어오자 시민들은 주변을 둘러싸며 “이재명 대표님 사랑합니다”, “민주당이야말로 여당이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풍선을 든 지지자들도 여럿 보였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등 각종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이 들고 있던 팻말에는 ‘5·18 완전 진상규명과 헌법 전문 수록’, ‘이태원참사, 굴욕외교, 부자감세, 노동자 탄압하는 윤석열 정부 물러나라’, ‘일본도 윤석열도 싫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지지자가 “윤석열은 좋은 말로 할 때 내려오고, 이재명 대표님이 대신 대통령으로 올라가라”, “으깨진 지팡이는 내려야 한다”고 하자, 행사장 자리에 앉아 있던 이 대표는 미소를 띠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손 하트를 보이며 화답했다. 그는 행사 참석 30분 후 먼저 일어나서 차까지 가는 중에도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스킨십을 이어갔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날 국민의힘 인사들은 광주시민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무대 맨 앞의 자리에 앉자마자 한 시민에게 삿대질을 당하기도 했다. 해당 시민은 김 최고위원에게 “국민의힘인데 왜 무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나”라며 “뒤로 가라. 보기 싫다”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준석계 인사들도 수모를 겪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준석계 인사들이 돌아다니며 축제를 즐기자 “국민의힘(소속)이면서 왜 이렇게 광주에서 돌아다니냐”라며 “그만 나대고 얌전히 자리에 앉으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이 전 대표를 비롯한 인사들은 몇 분간 곤경에 처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이준석계 인사들은 보수 진영이 광주에서 좋은 변화를 이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했던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시사저널과 만나 “이번에 청년 지도부를 비롯한 보수 정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전야제에도 참석하고 시민들과 생동감 있게 소통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며 “(보수 정당에) 약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서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한 시민의 항의를 듣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서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한 시민의 항의를 듣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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