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메리칸 파이’보다 중요한 ‘코리안 드림’
  • 워싱턴D.C.=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1 10:0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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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10여 명, 워싱턴 ‘원코리아국제포럼’에 모여
한미 정상회담 향방 전격 논의

백악관에서 4월27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약 80분 동안 진행됐다. 그런데 정치권의 눈길은 그날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1분에 더 집중되는 모양새다. “영어 노래는 BTS가 잘하면 된다”(5월11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야당의 냉소적 반응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한반도의 운명은 1분의 열창이 아닌 80분의 대화에 달려 있다는 덴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미 안보 전략의 이정표가 될 ‘워싱턴 선언’도 이 80분에 담겼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어떤 미래를 수놓게 될까. 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미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미국 정치의 본산에 집결했다. 5월17일(현지시간) 워싱턴 포드하우스 오피스빌딩에서 열린 ‘2023 원코리아국제포럼(International Forum On ONE KOREA)’에는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 롭 위트먼 공화당 하원의원,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 등 한미 양국의 입안자·학자·관료 등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에 관해 적극 논의했다. 모든 논의는 영어로 진행됐다.

ⓒ시사저널 공성윤
5월17일(현지시간) 워싱턴 포드하우스 오피스빌딩에서 열린 ‘2023 원코리아국제포럼’ ⓒ시사저널 공성윤

“핵 억지력, 한미 정상회담이 지속시켰다”

롭 위트먼 하원의원은 군사적 차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위트먼 의원은 하원 군사위원회 전술 공군·지상군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위해 북한의 핵 위협은 절대 허락할 수 없고, 핵 억지력은 높은 강도로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미 군사적 협력이 중요한데 양국 정상회담은 여기에 기여한 바 크다”고 발표했다.

위트먼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계속 압박을 가해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북한 김정은을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을 두고 “말 그대로 악(indeed evil)”이라고 재차 표현하며 “한미는 군사동맹을 통해 악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주최 측인 글로벌피스재단(GPF·Global Peace Foundation·의장 문현진)의 서인택 한국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한미 혈맹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시사저널과 따로 만난 서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며 연결된 건 간과하기 힘든 사실”이라며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인 워싱턴 선언을 코리안 드림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안 드림’은 문현진 GPF 의장이 창시한 비전이다. 홍익인간 정신에 기초해 새로운 통일국가를 실현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서 회장은 “워싱턴 선언의 실천 전략에 대해선 따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워싱턴 선언은 크게 △차관보급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정기적 한반도 전개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등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명수 의원은 워싱턴 선언에 관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핵이 포함된 개념으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안전판을 구축했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21세기 나치…해결책은 내부 변화뿐” 

한국계 영 킴 공화당 하원의원도 한미 정상회담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영상으로 인사를 전한 영 킴 의원은 “워싱턴 선언은 기본적으로 핵 안보와 군사 협력에 기여했고, 자유란 가치를 공유하며 인권을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또 “평화와 번영 측면에서 한미 동맹을 국제 동맹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과 핵 위협에 대해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영 킴 의원은 2021년 “비핵화 약속 없는 일방적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공동 서한을 미국 정부 당국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날 포럼은 쉴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행사가 열린 포드하우스 오피스빌딩은 의회와 연결돼 있지 않지만 수백 명의 하원 직원이 일하는 곳이다. 분 단위로 외부 사용이 허락되는데, 예약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3년 가까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방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외부인 입장이 허락됐다. 오랜만에 행사가 열린 만큼 열기는 뜨거웠다. 약 100석에 달하는 회의실이 청중으로 가득 찼다.

포럼 후반부에는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를 비롯한 탈북민 출신 시민운동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필패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역설했다. 그 밖에 한용섭 국방대 교수, 신진 충남대 교수, 로버트 조셉 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등이 학술적 근거를 제시했다.조셉 전 차관은 “북한은 21세기 나치”라고 못 박으며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본적인 전략을 한미 양국이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간의 대북 전략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은 ‘정치적 의제’ 아니라 ‘실천적 과제’ 

원코리아국제포럼은 GPF가 매년 열고 있는 대규모 논의의 장이다. 2016년부터 한국과 미국, 몽골, 필리핀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린 이 행사는 올해로 13번째를 맞았다.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원코리아국제포럼은 광복 77주년을 기념해 ‘동북아 및 세계평화 번영’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에는 광복 78주년이자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 및 한미 정상회담의 올바른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그간 수백 명의 전문가가 원코리아국제포럼을 통해 내놓은 견해를 종합하면, ‘한반도 통일은 위정자의 정치적 의제가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주도해야 하는 실천적 과제’라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한다.

한편 GPF는 세계평화의 실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국제 NGO(비정부기구)다. 2009년 창설 이후 세계 23개국에서 활동 중이다. 본부는 미국 워싱턴DC에 있다. GPF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자문 지위를 획득했으며, 유엔 공보국(DPI) 협력단체로도 활동 중이다. 원코리아국제포럼 외에 ‘코리안 드림 1000만 시민 통일 캠페인’도 이끌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활동으로 통일에 대한 가치관을 제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저널 공성윤

“워싱턴 선언, 북핵 경고 성문화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어”

인터뷰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 데이비드 맥스웰 GPF 선임연구원

“자체 핵무장 논의 자체는 존중”

군대에서는 일거수일투족이 작전이다. 보급품 운송이나 사격훈련 등 전투 준비뿐만 아니라 연병장의 잡초를 뽑는 것도 작전으로 취급된다. 하다못해 사기 증진을 위해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작전 취침’으로 불린다. 그 중요성 때문에 작전을 총지휘하는 작전참모는 군대의 척추에 비유되곤 한다. 데이비드 맥스웰 GPF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안보의 교두보인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작전참모를 지낸 군사 전문가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한반도 정세와 군사 외교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원코리아국제포럼 사회를 맡은 맥스웰 연구원을 포럼이 끝난 후 따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의 위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김정은은 핵무기 사용이 부를 결과를 오판하고 있다. 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북한 정권은 존재할 수 없다. 김정은이 해당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강력한 경고를 날릴 필요가 있다. 워싱턴 선언은 이러한 경고를 성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워싱턴 선언을 통해 국민은 정부 당국의 북한 억제 계획을 알게 됐다. 다만 군사 보안상 공개되면 안 되는 세부적인 계획도 있다. 공개된 정보의 부족함 때문에 워싱턴 선언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단편적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자체 핵무장에 대해 언급했다. 그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국에 자체 핵무장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체 핵무장에 대한 ‘논의 그 자체’에 대해선 존중한다. 한국이 안보에 신경 쓸 수밖에 없으니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NPT 등 국제조약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과의 기존 협정만으로 충분히 북한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

워싱턴 선언의 성과를 두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사실상 미국과의 핵공유”라고 주장했는데 백악관이 이를 곧바로 부인했다. 어느 쪽이 사실인가.

“핵공유가 아니다. ‘공유’란 단어는 불완전(partial)하다. 워싱턴 선언으로 창설될 핵협의그룹(NCG)은 핵무기 사용에 대해 한미 양국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열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사용 권한을 준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유럽과 핵공유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도 오해다. 유럽에서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종 결정자는 어디까지나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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