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국회 수준 높인다”…복수의결권 도입에 소신 발언한 김병욱 의원 화제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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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욱 민주당 의원 “같은 당 의원 설득, 발전적인 국회 풍경”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에 與와 같이 찬성한 김 의원, 野 설득 나서

4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같은 당 의원들끼리 하나의 법안을 두고 찬반이 나뉘어 토론을 벌이는 전례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과 같이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고 같은 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같은 당 의원들끼리 한 법안 놓고 찬반 토론 벌이는 전례 없는 광경 연출 돼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에 대한 특례로, 하나의 주식에 2개 이상 10개 이하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이다. 업계는 그간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을 요구해 왔으며, 마침내 해당 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날 토론 후 표결에서 재석 260명 중 찬성 173명, 반대 44명, 기권 43명으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5월11일 김 의원을 만나 국민의힘과 같은 입장에서 토론을 벌인 소감과 복수의결권 제도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11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경기 분당 지역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1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경기 분당 지역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찬성 173명·반대 44명으로 개정안 통과…“부작용은 행위규제로 차단해야”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찬반 의견이 어떻게 나뉘었나.

“여야 의원 총 8명이 하나의 법안을 두고 찬반 토론을 했다. 국민의힘은 찬성 의견으로 모아졌는데, 민주당은 하나의 법안을 두고 당내에서 찬반 의견이 나뉜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 오른 법안들이 자동으로 통과되다시피 하는데, 내가 민주당 내에서 찬성 의견을 내고 같은 당 의원들 설득에 나서면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내가 찬성 토론자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낯선 풍경이 연출되면서 의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던데.

“사실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이 국가에 큰 화두를 던질 만한 내용도 아니었고, 벤처기업 운영과 관련된 다소 전문적인 분야라서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사안이긴 하지만 같은 당 의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선배 의원들의 평가가 많았다.”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이 필요한 이유는.

“복수의결권 제도는 벤처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거버넌스 체계(지배구조)에서 창업주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다. CB(전환사채), EB(교환사채) 등 다양한 자금조달수단이 있는데, 이 경우 창업주 지분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경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금조달로 지분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채무에 의존하는 경우에도 이자 상환과 만기 시 롤오버(만기 연장) 등이 스트레스가 된다. 창업주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복수의결권 제도다.”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1주 1의결권 원칙이 무너진다는 것과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 발행에 전제조건을 뒀다. 우선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자에게만 허용된다. 창업주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으로서 지분을 30% 이상 소유한 최대주주다. 또 최대 10주까지 의결권을 주지만,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상속·증여·매매 시에는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했다. 복수의결권이 편법 경영권 승계로 오남용 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11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경기 분당 지역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1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경기 분당 지역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법안 통과 후에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복수의결권은 기술력 하나로 창업한 벤처기업들에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다. 법안 시행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려고 해야지 걱정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워서 법안을 도입하지 않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위규제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과거 인터넷 은행 설립 시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얼마나 컸나. 5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이 인터넷은행을 널리 이용하게 됐고 시중은행 또한 이로 인해 자극을 받는 메기효과까지 있었다. 재벌의 사금고가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로 행위규제를 해놓으면서 우려하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해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나.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 당시 미국이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쿠팡이 2021년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유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이 꼽힌다. 쿠팡을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보유주식 1주당 29표의 의결권이 부여됐다. 이로 인해 지분이 10.2%에 불과했던 김 의장은 의결권이 76.7%로 높아졌다. 벤처기업들도 여러 고민을 해가면서 도입을 할 것이다.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가도 투자자가 복수의결권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면 다시 없애는 회사도 있을 수 있고 창업주와 주주들이 윈윈(win-win) 하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알아서 작동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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