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고도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되는 고(故) 남덕우 전 총리의 10주기 추도식이 18일 정·재계 관계자들의 추모 속 열렸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추모식엔 이배용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장, 유장희 전 동반성장위원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한 이들은 추도사 등을 통해 남 전 총리에 대해 “한강의 기적을 이끄신 분이자 선진 한국의 길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일명 서강학파의 대부로 불리는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아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 정책 전반을 설계한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전두환 정부 초기 국무총리를 지냈고 퇴임 후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내며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대비해 삼성동 무역센터 건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산학협동재단,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남 전 총리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추모글을 통해 고인을 기렸다. 한 총리는 남 전 총리에 대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과 신념으로 한국경제를 선도해 온 우리 시대 거인”이라며 “고인과 같은 정책설계자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총리는 남 전 총리에 대해 “입장이 다르더라도 대의를 위해 함께한다는 ‘화이부동’의 정신을 늘 말씀하시고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한 총리는 “고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경제정책을 펴는 데 있어 부처 간 의견 충돌도 있고,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직한 신념과 해박한 경제논리로 이해를 구했다”면 “지금 세계는 격변의 시기에 놓여있다. 국제질서의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이자 도전으로 다가왔다.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고인이 그리워진다”고 썼다.
과거 남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눴던 한 인사는 시사저널에 “2006년쯤 FTA 반대 시위가 한참 극렬할 때 남 전 총리는 자신과 평소 정치관에서는 반대에 있었지만 ‘FTA로 어떻게든 문턱을 넘어 보려는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