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시 고위직, 5·18 전야제에 ‘술판’ 참석 논란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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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 행사장 부근 식당서 참석자들과 소주·맥주 놓고 1시간 ‘술자리’
일부 참석자, 고성 지르며 취기에 취한 모습…전야제 출연진은 김밥 저녁 먹고 무대에 올라
광주시 해명, “공직자의 일상적 모습”…일부 “김 부시장이 있었어야 할 곳은 5·18전야제”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때 행사장 인근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술자리 참석이 5·18민주화운동 43주년 추모 분위기에 역행할 뿐 아니라 사실상 상주노릇을 해야 할 광주시 고위 공직자의 자세로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때 행사장 인근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김 부시장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불로동 한 정육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시사저널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때 행사장 인근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김 부시장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불로동 한 정육식당에서 맥주잔을 들이키고 있다. ⓒ시사저널

19일 제보자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광진 광주시 부시장은 이틀 전(17일) 저녁 7시 20분쯤 전야제 행사장에서 800m 가량 떨어진 광주 동구 불로동 A정육식당에서 열린 한 회식 모임에 참석했다. 이 시간에는 5·18 민중항쟁지였던 금남로 전일빌딩 앞에서 전야제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회식 참석자는 남녀 합해 모두 14명이었다. A식당 측은 애초 (광주시청에서) 10명을 예약했으나 김 부시장 일행 등이 뒤늦게 합류하면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A식당의 홀 테이블에는 소주와 맥주가 놓여 있었고 김 부시장이 맥주잔을 들이키는 장면이 목격됐다. 그는 두 개 테이블을 번갈아 돌며 술잔을 기울이면서 동석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회식 분위기가 무르익고 참석자 대부분은 취기가 오른 듯 얼굴색이 붉어진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참석자들이 ‘김광진! 김광진!’을 연호하는 소리가 식당 밖에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일부는 취기를 못 이긴 듯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식당 주인은 이들을 향해서 “다른 손님들도 계신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때 행사장 인근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김 부시장이 17일 저녁 광주 동구 불로동 한 정육식당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동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때 행사장 인근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김 부시장이 17일 저녁 광주 동구 불로동 한 정육식당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동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이들은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맥주 31병을 나눠 마셨으며 주류 포함 식비로 44만 3000원이 나왔다. 식당 주인은 “이들이 소주와 맥주 상자를 통째로 달라고 해서 빈병 숫자를 알려준대로 계산해 소주와 맥주를 각각 몇 병씩 마셨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술값이 포함된 식대는 김 부시장과 함께 온 수행원이 광주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식당 측은 전했다. 

회식을 마치고 나온 일부 참석자들은 큰 소리를 내며 흐트러진 모습으로 식당 골목을 빠져 나갔다. 이들의 고성방가에 놀라 뛰쳐나온 주위 상인들은 할 말을 잃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일부는 이들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기도 했다. 김 부시장은 1시간 정도 머무른 뒤 밤 8시 20분쯤 수행원과 함께 해당 식당을 떠났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시장은 소주와 맥주를 2~3잔 정도 마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음주 여부를 떠나 못마땅해 하는 반응이다. 5·18 추모 열기가 최고점에 달하는 행사가 전야제로 행사가 항쟁지인 구 전남도청 앞에서 열려 상징성도 크다.

5월 17일 오후 9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5·18 전야제 행사장. 이날 많은 광주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시사저널
5월 17일 오후 9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5·18 전야제 행사장. 이날 많은 광주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시사저널

그런데도 사실상 5·18 상주나 다름없는 시 고위직 공직자가 같은 시간에 소주·맥주가 곁들어진 회식 겸 술자리에 참석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설령 회식자리 참석이 불가피했더라도 음주와 고성방가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에 본분을 망각한 채 함께 술을 마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민 김아무개(58)씨는 “일반 시민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5·18을 추모하기 위해 김밥 등 간이음식으로 배를 채우거나 쫄쫄 굶어가며 전야제 행사장을 밤늦게까지 지켰다”며 “그 누구보다 추모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마땅할 광주시 서열 2위가 행사장을 내팽겨치고 술잔을 기울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경건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광주시의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는 5월 18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추모 열기 고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광주 기초자치구들도 애도기간에 음주가무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일부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대표적으로 광산구 주민자치협의회는 오는 23일 주민자치 회원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 예정이던 ‘주민자치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애도기간 이후로 연기했다. 행여 5·18 추모 분위기를 헤칠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5·18 전야제에 참여한 시민이 전야제에 같이 참여한 시민이 공직자들과 삼겹살집에서 식사를 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야제 기간에 모인 시민들과 공직자 등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일상적인 광주의 모습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입장은 김광진 부시장도 같은 입장으로 이해해 주면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부시장이 이날 술자리 대신, 있어야 할 곳은 다수 시민이 모여 있는 금남로 5·18 전야제 행사장이고, 시민과 행사 관계자, 출연진 등을 격려하는 한편 불편사항을 살피는 것이 공직자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견해에 더 힘이 실린다.

실제 이날 전야제 무대에 오른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주최측이 제공한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시청 정무직 자리 중 최상위직으로 일자리 창출,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문화관광 등 분야를 총괄한다. 

특히 광주시가 A식당에 예약한 정황이 나온 상태에서 즉석에서 합석한 시민들에게 시청 법인카드로 수십만원의 식대를 결제했다는 점은 법적 논란 외에 석연치 않은 경우로 시 해명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5월 17일 저녁 9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앞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출연했던 광주영어방송 합창단 어린이들이 광주YWCA 1층 빈 상가에서 다음 일정을 대기하고 있다. 이날 합창단 어린이들은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무대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5월 17일 저녁 9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앞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출연했던 광주영어방송 소년소녀합창단 어린이 20명이 광주YWCA 1층 빈 상가에서 다음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합창단 어린이들은 주최 측이 제공한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무대에 올랐다. ⓒ시사저널​

다만, 이날 회식 참석자가 일반 시민인지, 언론인인지 아니면 시 소속 공무원들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회식 도중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무슨 시상을 하기 위해선지 김태X, 이X화, 김X 등 3명을 연이어 호명해 참석자가 적어도 일반 시민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의 광주시 관계자는 ‘당일 참석자가 누구냐’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대해 “현재 그 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광주시 고위직이 5·18 전야제가 열리는 시간, 술자리에 참석해 함께 어울린 것은 그 대상이 시민이든 언론인이든 간에 부적절하고, 시청 공무원들이었다면 더더욱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전남 순천 출신인 김광진(42)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19대 국회의원(비례)을 지냈으며 강기정 시장과 문재인정부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으로 손발을 맞췄다. 지난해 6월 광주시장 지방선거 당시에는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인수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강 시장의 측근 인사로 꼽힌다. 

시사저널은 당사자인 김광진 부시장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19일 오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대변인실을 통해 연락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 부시장은 18일 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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