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도, 시료 채취도 불발…日 구상대로 꾸려진 시찰단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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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 전문가 자문 그룹에 포함시켜 ‘교차 검증’ 계획
野 “안전성 우려 제기하고 철저한 검증 요구한 전문가들 배제” 비판
G7 히로시마 정상회의가 시작되는 5월19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G7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G7 히로시마 정상회의가 시작되는 5월19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G7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 평가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가 전무한 데다 시료 채취도 불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강조해 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모양새다. 일본에 정식 통보된 시찰단 명단을 국민들에게는 비공개 하면서 불투명성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국 정부 시찰단 파견 일정과 규모, 계획 등을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민간 전문가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단장 외 20명 단원 비공개…"정치적 의미 부여, 분석에 방해"

총 21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은 오는 21∼26일 5박6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입·출국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시찰은 22∼25일 나흘간 이뤄진다. 일본 외무성도 한국 시찰단이 22일부터 나흘 동안 활동한다고 발표했다. 

박 차장은 "시찰 활동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정화·방류시설 전반의 운영 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역량 등을 직접 확인하고 우리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더 필요한 조치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찰단 단장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도 참여한다. 

다만, 유 단 장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이 누구인지와 이력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장은 "(시찰단에) 참여하는 분들은 실무자들"이라며 "담당자 개개인이 누구인지를 꼭 지금 시점에 말씀드리는 게 핵심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찰단 파견을 두고 우려가 커지는 점을 의식한 듯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제대로 분석하는 데 방해가 되지 절대 도움은 안 된다"고도 했다. 

민간 전문가 제외는 일본 정부 측 반대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차장 역시 "민간 전문가 참여 부분을 일본 측과 협의했다"며 "다만 일본 측에서 여러 가지 안전상 문제를 고려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민간 전문가를 자문그룹에 참여시킬 방침이다. 박 차장은 "시찰단 점검 활동을 다양한 시각에서 지원·평가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내외의 자문그룹을 별도로 구성해 점검의 완결성을 기할 것"이라며 수시로 시찰단에 확인 요구와 교차 검증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문그룹의 구성과 활동 계획은 아직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정부가 약속한 교차 검증이 어느 수준으로 이뤄질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과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 위원장이 5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현지 일정 등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과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 위원장이 5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현지 일정 등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찰단 시료 채취 불필요하다는 정부…野 '반발'

직접적인 시료 채취를 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채취, 한국 측에 넘긴 시료를 이미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오염수를 직접 채취한 뒤 자체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결국 불발됐다. 

정부에 따르면, 시찰단은 먼저 22일 도쿄전력과 경산성,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회의·질의응답을 진행한다. 23∼24일 이틀에 걸쳐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25일에는 현장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심층 기술 회의와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유 원안위원장은 시찰단 점검 계획과 관련해 "오염수가 발생, 정화, 정류되고 모여서 희석, 바다로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가장 집중적이고 중점적으로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ALPS가 방사능 핵종을 제거하는 절차, 현장 설비, 자료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방류 명분을 더하는 '들러리 시찰'이 될 것이란 우려와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방문 일정이 연장된 것 외에는 당초 일본 정부가 제시했던 윤곽대로 시찰단 구성과 계획이 확정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졌다.  

야당은 정부의 시찰단 파견 계획 공개를 거세게 질타하며 정부가 불투명성을 더 키웠다고 꼬집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평소 핵 오염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던 (민간) 전문가들은 배제된 것"이라며 "(시찰단에) 혹시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포함되면 안 되는 분이라도 있는 건가. 문제될 분들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핵오염수 시찰단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시찰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명분만 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일본 산케이 신문 영자 자매지는 이날 사설을 통해 "(한국의) 시찰이 후쿠시마산 등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철회를 이끌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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