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의 마지막 뇌관 ‘쪼개기 후원금’, 감감무소식인 이유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3: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당무감사위, ‘김현아 의혹’ 처리 후 정기 감사서 점검 방침
윤리위, 당무감사위 제소 시 징계 논의…“사실 입증 어려울 듯”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설화로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마지막 뇌관이 남아 있다.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 의혹 건이다. 해당 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 당시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무감사위원회의 영역이란 판단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태 의원을 둘러싼 후원금 논란이 조기에 종식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태 의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가운데 당무감사위가 ‘김현아 돈봉투 사건’을 먼저 들여다보기로 결정하면서다. 여기에 관련 사건을 배당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시사저널의 취재 결과,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에선 김현아 고양정 당협위원장의 ‘돈봉투 의혹’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후 다가오는 정기 당무감사에서 태 의원의 후원금을 점검해 문제가 있을 경우 당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시사저널에 “아직은 김현아 위원장의 의혹 조사 때문에 (태영호 의원 건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시작할 여유가 없다”며 “해당 건이 끝나면 바로 정기 당무감사를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곧 정기 당무감사를 하게 되면 태 의원 건도 우리가 조사하게 된다. 그때 조사 점수가 좋지 않거나, 수상한 부분이 생기면 윤리위에 넘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태 의원이 이미 최고위원직 사퇴 후 징계를 받은 만큼, 해당 건까지 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무감사위에서 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선순위의 일이 정리가 되면 태 의원 의혹도 체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의 의혹 관련 사실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 윤리위에서도 당무감사위 조사를 통해 태 의원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 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당무감사위에서 해당 건을 윤리위에 제소해야 징계 개시 절차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통화에서 “조사를 통해 해당 건의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윤리위에서 징계 개시를 하게 돼있다”며 “당무감사위에서 제소하면 윤리위에서 곧바로 징계 논의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황 윤리위원장은 태 의원의 혐의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추가 징계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라며 “본인도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사실관계가 어떻게 될지 아직 결론이 안 났다.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그게 종결돼서 기소될 때까지는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태 의원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윤리위 관계자는 “사실관계 판명에서 중요한 점은 ‘쪼개기 후원’ 전에 태 의원이 후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라며 “결국 국회의원이 그 사실을 인지를 못하고 있으면 직접적인 연관자는 아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태 의원도 저번 기자회견 때 ‘자기는 몰랐다’고 부인했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후원회는 따로 있고 국회의원이 (후원회) 지정권자 역할을 한다”며 “결국 후원금이 직접 국회의원에게 가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보통 후원금을 받아도 누구한테 어떤 방식으로 후원금이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후원자가 국회의원에게 ‘내가 차명으로 넣었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알기는 어렵다. 수사기관에서도 여러 법리가 얽혀 있어 (태 의원의 해당 건) 기소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앞서 2006년 불거졌던 ‘박연차 게이트’도 언급하며 “당시에도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이 이뤄져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기소됐지만 (후원자가) 국회의원 본인에게 (후원 사실을) 알려주지 않거나 후원 사후 알려준 건은 다 무죄로 판명났다”고 설명했다. 박연차 게이트는 2006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을 정계 인사들에게 살포해 당시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들이 대거 적발됐던 사건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도 태 의원의 후원금 건에 대해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은 후 최근 수사를 배당한 상황이다. 다만 공수처도 인력 부족으로 실제 수사에 돌입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 경찰인 모 경무관의 뇌물수수 사건에 공수처 소속 전체 검사의 3분의 2가량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또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 대상과 혐의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통상적인 검·경 수사에 비해 수사 속도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태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로 본인 지역구에서 당선한 기초의원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이른바 ‘쪼개기 수법’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태 의원은 “시·구의원들의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시·구의원들도 언론에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 밝혔다”며 “공천헌금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저는 오히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낸 후원금을 반환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