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품귀’, 소아과는 ‘오픈런’…“열나면 어쩌나” 부모들 한숨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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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챔프’ 이어 대원제약 ‘콜대원펜키즈시럽’도 판매 중단
소아 호흡기 환자 속출하는 가운데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 품귀
5월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 연합뉴스
5월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 연합뉴스

"첫째, 둘째 둘 다 콜록콜록 대는데 주말에 열 날까봐 조마조마 했어요." 

"챔프 회수 조치 있고나서 콜대원으로 다 바꿨는데, 이거마저 판매 중지면 뭘 먹여야 하나요"

소아 호흡기 환자와 독감 등 고열을 동반한 전염성 질병이 동시 확산하면서 부모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소아과 '오픈런'인 상황에 해열제까지 잇달아 판매중지 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어린이 해열제인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과 동아제약이 생산하는 '챔프시럽' 제조·판매가 연이어 중단되고 회수 조치가 진행 중이다. 대원제약이 수탁해 제조하는 다나젠의 '파인큐아세트펜시럽'도 제조·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콜대원키즈펜시럽에서 발견된 상분리 현상은 현탁액(고체 입자가 분산되어 있는 액체) 제제에서 투명한 시럽과 흰색 가루가 분리되는 것을 뜻한다. 챔프시럽은 일부 제품에서 갈변 현상이 확인돼 지난 4월부터 제조·판매·사용이 중지됐다.

문제가 된 제품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은 생후 4개월부터 투약 가능해 사용 범위가 넓고, 고열이 날 경우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계열과 '교차 복용'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해열제 판매 중단 조치에 비상이 걸렸다. 

온라인 맘카페와 SNS에는 "콜대원키즈펜시럽을 환불하고 다른 해열제를 사려 했지만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동일 성분 약은 모두 품절이라 어쩔 수 없이 도로 들고왔다" "소아과는 예약 전쟁에 약 구하기도 어렵고, 열 나면 응급실 치료나 입원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정말 난감하다" 등 하소연이 잇달았다. 

특히 챔프와 콜대원 소아 해열제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약품으로, 두 약이 동시에 판매 중지되면서 파급이 더 커졌다. 약국에서는 이들을 대체할 약품을 묻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약품 판매 중지 영향으로 타이레놀 등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관련 약품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상분리' 현상으로 제조·판매가 중지되고 자발적 회수 조치에 들어간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 해열제 ⓒ 대원제약
'상분리' 현상으로 제조·판매가 중지되고 자발적 회수 조치에 들어간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 해열제 ⓒ 대원제약

식약처가 문제가 된 해열제에 대한 추가 점검과 후속 조치를 완료한 이후 판매 재개에 들어갈 방침이어서 이 같은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 해제 이후 독감 환자와 급성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자칫 약품 대란이나 사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봄이 되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독감의 유행세가 올해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19주차(5월 7~13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는 23.4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4.9명)의 5배에 육박한 수준이다.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도 급증 추세다. 유행성각결막염을 동반해 '눈곱 감기'로 불리는 아데노와 리노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이 늘고 있는 데다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수족구병도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10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수족구병 표본감시 결과 올해 19주차(5월 7∼13일) 0∼6세 수족구병 분율(외래환자 1천 명당)은 13.8명으로 한 달 전인 15주차(4.0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과 계절성 질병이 코로나19 이후 개인 방역과 접촉 감소로 줄었다가 최근 마스크 해제 영향 등으로 '3년치 전염병이 한꺼번에 온 형국' 이라고 진단한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급성호흡기 바이러스 검출률이 8배 이상 높다"면서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집단생활 기관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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