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떠나는 ‘원년멤버’의 쓴소리 “몸은 편했지만…”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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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출신 간부들과 의견 달랐다”…판사 출신 수뇌부 의식한 발언인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원년멤버’로 통하는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가 사직 심경을 밝힌 글에서 공수처 수뇌부 등에 대한 쓴소리를 남겼다.

2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그간 공수처에서의 시간을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에 근무할 때도 업무부담이나 상급자와의 이견 또는 지휘부의 방침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공수처에 근무하는 동안은 주로 공수처가 나아갈 방향에 관한 고민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공수처와 타 수사기관과의 관계 정립, 비판적 언론과 국회에 대한 대응방향 등 그간 현안들을 언급하며 “법원 출신 간부들과는 다른 의견을 개진해 왔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판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 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 수뇌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 의사를 밝히던 2022년 여름경, 동요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을 안정시키고 비전을 제시하려면 진솔한 토론을 통해 기존 업무에 관해 점검과 평가를 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직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비난하는 말이 들려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 의견이 모두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부의 비판적인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내부 반응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공수처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안이 취약하다고들 한다”면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공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도 항상 언행을 신중히 해야한다. 자신의 언행에 관한 비판적 보도가 있다면 자신의 언행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야지,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부장검사는 2017년 2월까지 약 17년 간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 개업 후 2021년 4월쯤 공수처에 합류한 ‘원년멤버’로 통한다. 수사2부장으로서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작년 10월 비수사 부서인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직책을 옮기면서 일각에선 사실상 좌천성 인사 이동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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