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실 국민통합위, ‘개딸 방지책’ 띄운다…‘디지털 시민선언’ 추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4 12: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자폭탄·좌표찍기·혐오표현’ 금지 촉구…시민단체 협약·캠페인으로 자정 유도
각 당에 ‘디지털 윤리규범’도 제안 예정…국회의장 측 ‘중립’ 이유로 참여 난색

대통령실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정당 내 ‘강성 지지층’의 횡포를 막기 위해 ‘디지털 시민선언’과 정당 참고서인 ‘디지털 윤리규범’을 발표한다. ‘개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층)’을 비롯한 특정 정치 팬덤의 득세가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통합위는 해당 선언·규범을 조만간 시민사회단체와 각 정당 지도부 및 싱크탱크에 공유, 정치권과 지지자들의 자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디지털 시민선언 “‘무책임한 소수’가 아닌 ‘조용한 다수’의 의견 존중”

시사저널은 24일 국민통합위 내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팬덤특위)’가 마련한 ‘디지털 시민선언’과 관련 ‘윤리규범’ 초안 문서를 입수했다. 해당 안은 ‘정치 팬덤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작성됐다. 각 정당의 강성지지층이 여론을 왜곡하고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현출 국민통합위 팬덤특위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해당 안이 마련된 배경에 대해 “민주주의가 허위 조작 정보와 좌표찍기, 문자폭탄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팬덤 정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팬덤특위는 강성지지층의 의식 개선을 촉구하는 ‘디지털 시민선언’ 5개 조항 안건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정치참여에 따르는 개인의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보편적 윤리를 준수하며 ▲다른 의견을 제시한 동료시민과 정치인·언론인에 대한 ‘언어적 집단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상대를 조롱하거나 ‘특정집단 혐오’ 표현을 하지 않으며 ▲목소리가 크고 무책임한 소수가 아닌 ‘조용한 다수의 의견’을 존중 ▲모든 정치인이 정치적 이해를 떠나 디지털 윤리 규범 정착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해당 조항이 최근 ‘개딸’의 행태를 지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일부 개딸들은 커뮤니티 게시글과 욕설이 섞인 ‘문자 폭탄’ 등을 앞세워 ‘코인 논란’과 관련해 소신을 밝힌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과 청년 정치인들을 겨냥,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속어)들이 내부총질로 ‘이재명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팬덤특위는 시민단체들과 공동협약을 맺고 디지털 시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지자들의 디지털 윤리의식을 고취시켜 자정을 이끌어내겠단 목적이다. 이 위원장은 “사실 강성 지지자들에게 집단심층면접을 해보면 본인들도 맹목적 지지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더라”며 “그럼에도 팬덤 세력이 (당내 여론을) 압도하니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이 사라졌다. 그래서 사회단체들과 손잡고 자정 노력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통합위는 시민선언을 발표한 후 ‘자정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디지털 시대의 시민 윤리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못했다”라며 “시민사회와 이런 고민을 같이 공유·확산시키는 캠페인을 전개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공감하는 사회단체들과 국민통합위가 의견을 모으면 점진적 효과가 보일 것”이라며 “법률을 제정하는 것보다 자정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 윤리규범, 여야 원내대표·싱크탱크에 전달

팬덤특위는 정당용 ‘디지털 윤리규범’ 7개 조항도 마련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양극화’를 정당이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조항에는 ▲‘우리’와 ‘그들’로 구분되는 배타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 ▲유권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허위조작정보 생산·유포, 근거 없는 비난 등 비윤리적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타 정당이나 타인의 정책과 활동에 대한 비판이 아닌 ‘개인적 공격’은 허용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경멸적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팬덤특위는 ‘디지털 윤리규범’을 여야의 당헌·당규 개정 가이드라인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각 정당이 ‘디지털 윤리규범’을 근거로 강성 당원들의 사이버 테러 등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여러 선진국들은 국회나 정당 차원에서 디지털 윤리규범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네덜란드는 의회 차원에서, 또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도 디지털 윤리규범을 만든 사례가 있다.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세계기구도 이런 유형의 제안들을 하고 있다”며 “정당들도 선거 국면 등에서 허위정보를 뿌려 지지자들에게 ‘극단적 대립’을 부추기곤 한다.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지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팬덤특위는 김진표 국회의장 측에 ‘여야 공동발표를 추진해달라’며 디지털 윤리규범을 전달했으나, 김 의장 측에서 ‘중립성’과 ‘민주당 내 상황’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통합위에서 공식적으로 의장실에 보낸 것이 아니고 비서관을 통해 제안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해당 규범 추진은 정당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지,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관여할 일은 아니다. 여야가 직접 컨택(회동)하라는 입장을 (팬덤특위에)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이 개딸들에 휘둘리고 있는데 그렇게(당 차원에서 윤리규범을 추진)하자고 하면 또 수박으로 낙인이 찍혀버린다. 민주당에선 (팬덤 극복 방안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당내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국회의장 측도 ‘초당적으로 같이 해보자’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팬덤특위는 디지털 윤리규범을 여야 지도부가 공동으로 수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야 지도부와 싱크탱크(여의도연구원-민주연구원)에 디지털 시민선언 및 윤리규범 초안을 공유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제안한 윤리규범을 (당헌 등에) 반영하느냐 마냐는 앞으로 정당의 몫”이라면서도 “정당 변화를 통해 우리도 팬덤 정치의 자정 노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