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심려 끼쳐 송구스러워…‘귀공자’역 최선을 다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7 15: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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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논란으로 물의 일으켰던 배우 김선호
《귀공자》로 첫 영화 데뷔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과 드라마 《스타트업》 《갯마을 차차차》로 스타성까지 입증한 배우 김선호가 스크린에 데뷔한다. 2021년 사생활 논란 이후 1년 반 만에 돌아온 매체 복귀작이라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는 6월21일 개봉하는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극 중 김선호는 극과 극의 상반된 매력을 지닌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로 변신했다. 무자비하면서도 여유와 위트가 넘치는 극과 극의 반전 매력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모습을 선보인다. 영문도 알지 못한 채 각기 다른 세력의 타깃이 되는 ‘마르코’ 역은 198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3차에 걸친 오디션 끝에 낙점된 신예 강태주가 맡는다.

《귀공자》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이유는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인 ‘장르 영화 마스터’로 자리매김한 박훈정 감독이 만든 여덟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한국 범죄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연 영화 《신세계》부터 독창적인 액션으로 수많은 팬덤을 양산한 《마녀》 시리즈, 그리고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감성 누아르 《낙원의 밤》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과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김선호가 박훈정 감독과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이뤄낼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박훈정 감독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김선호는 포마드 헤어스타일과 말끔한 슈트 차림의 의상을 고수하는 인물의 외양부터 사소한 습관 등 디테일한 부분은 물론 카체이싱, 와이어, 총격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귀공자’ 캐릭터로의 완벽한 변신을 꾀했다는 후문이다. 첫 스크린 도전을 앞둔 김선호는 “평소 박훈정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해 시나리오를 다 읽기도 전에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스토리 전개가 스피디하고, 신선했고, ‘귀공자’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사실 김선호에게 《귀공자》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2021년 방송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급작스럽게 불거진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각종 방송과 광고 등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전 연인의 폭로로 시작된 논란으로, 교제하던 중 김선호가 임신 중단을 요구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크게 일었다. 특히 그는 출연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었던 영화 《도그데이즈》 《2시의 데이트》 등에서는 하차했으나, 《귀공자》에는 그대로 출연했다. 《귀공자》는 《슬픈 열대》라는 가제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박훈정 감독만큼은 하차 없이 끝까지 김선호를 작품에 안고 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제목 역시 김선호의 극 중 이름인 ‘귀공자’로, 이 작품에서 김선호의 존재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김선호는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폭군》에서도 호흡을 맞출 만큼 끈끈해졌다.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의 차별점에 관해 “기존 영화보다 빠르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찍으면서 다크함을 많이 덜어내려고 했다. 이전 내 영화들보다 덜 피로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번 영화는 내가 배우들에게 묻어갔다. 배우들이 구현해낸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이후 김선호는 연극 《터칭 더 보이드》로 조용히 컴백한 바 있다. 당시 관련 행사에서 “많이 반성했다. 점점 더 나은 사람이자 배우가 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캔들 이후 기부 등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노력 중인 그는, 지난 5월 대한적십자사에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김선호는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 출연도 앞두고 있다. 논란 이후 첫 지상파 출연이다. 제작보고회를 통해 김선호를 만났다.

ⓒNEW 제공

사생활 논란 이후 본격 컴백이다.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추후 다시 인사를 드리겠다. 오늘은 박훈정 감독님과 스태프, 배우들의 노고 끝에 만들어진 《귀공자》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다들 노력했고 나 역시 최선을 다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스크린에 데뷔하는 소감도 궁금하다.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무엇보다 박훈정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함께하는 내내 영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고 내내 행복했다.”

 

김선호의 과거 사생활 논란과 관련한 박훈정 감독의 솔직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박훈정 감독은 “고민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끝까지 김선호와 함께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믿음을 보였다. 이어 캐스팅에 대해서도 “캐스팅의 원칙은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를 선택한다”며 “왜 (김선호의) 캐스팅을 의외로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도 냉정하고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있고 하지만 엉뚱하고 뭔가 본인만의 유머도 갖고 있고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여러 얼굴을 갖고 있는 캐릭터인데 김선호의 얼굴에서 ‘귀공자’ 캐릭터에 맞는 얼굴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선한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악역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설렘과 기대감도 있고, 반면에 과연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하다가 처음 보여드리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기대와 두려움, 걱정도 있다. 하지만 작업을 하는 동안 무척 즐거웠다. 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그것을 해낸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캐릭터인가.

“쉽게 설명해서 ‘맑은 눈의 광인’으로 갑자기 나타나 마르코를 쫓아다니면서 친구라고 하고 주변을 초토화하고 맑은 눈으로 웃으면서 다 망치는 캐릭터다. 등장할 때마다 콜라를 마시는데, 아마 한 신당 다섯 병씩은 족히 먹은 것 같다.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지만 그럼에도 포마드 헤어와 슈트를 고수하는 젠틀한 비주얼로 설정했다. 감독님도 저도 외관적으로 깔끔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표현하자고 했다.”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디테일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예를 들어, 달리는 순간이나 액션을 하는 순간에도 마무리는 거울을 보며 깔끔하게 채비를 갖춘다. 진지한 순간, 총 쏘는 장면에서도 웃고 즐기는 모습이 상반적으로 보여서 이 캐릭터가 정상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께 가장 많이 한 질문이 “왜 이래요?”였다(웃음). 반전 매력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은 액션이 늘 화제다. 어떻게 소화했나.

“많은 추격 신이 있다.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많이 뛰었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그걸 잘 아는 스턴트 형들이 ‘이 장면만큼은 대신 해줄게’라고 말하더라. 어느 순간 보니 제가 와이어를 달고 다리 위에 올라가 있더라.”

 

‘박훈정표 액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액션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박 감독은 《귀공자》의 액션에 대해 “대역 쓰는 걸 안 좋아해서 대부분 배우들이 액션을 직접 소화한다”며 “이번 작품도 고공에서 펼치는 와이어 액션 등 대부분의 장면을 배우들이 직접 소화해 리얼함이 클 것”이라고 자부했다.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박훈정 감독에게 발탁된 강태주와 호흡을 맞춘다. 어땠나.

“굉장히 놀랐다. 몸 관리부터 연기까지 완벽하게 ‘마르코’로 준비돼 있었다.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아주 멋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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