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되나…군불 떼는 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4 13: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정부, 시찰단 활동 종료 후 압박 본격화 전망
5월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 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5월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 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인 가운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에 대한 일본 내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연일 한국의 수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며 군불을 떼고 있다. 시찰단 활동 종료 후 일본의 후쿠시마산 수입 재개 압력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무라 농수산상은 "한국은 후쿠시마와 미야기 등 8개 현(縣·광역지자체)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번 시찰은 처리수(후쿠시마 오염수)의 조사가 중심이라고 들었지만, 그것에 더해 수입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무라 농수산상의 발언에 대해 NHK는 "(일본) 정부가 수산물 등 수입 중단 해제 요청 의향이 있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 해양 방류 관련 한국 시찰단의 수용이 윤석열 정부에 의한 해양 방류 용인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5월23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5월23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시찰단 현장 방문을 반색하면서 이 흐름이 수산물 수입 재개 논의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안전성 검증을 진행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 보고서가 6월 말께 발표되면 올 여름부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계획이다. 이 시점을 전후해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 재개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자 대통령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시찰단을 파견하고, 오염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을 명분도 희미해진다. 야당과 시민사회계는 시찰단이 오염수 방류와 일본의 수산물 수입 재개 압박에 명분만 실어준 꼴이 됐다고 비판한다. 

한국은 지난 2011년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013년 9월 후쿠시마와 그 인근 8개 현(후쿠시마·도치기·이와테·미야기·이바라키·지바·군마·아오모리)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반발한 일본은 2015년 5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WTO는 2019년 최종적으로 "후쿠시마 등 일본 8개 현 수산물 금지 조치는 타당하다"고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줬다. 

한편, 한국 정부 시찰단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이틀째 현장 점검을 한다. 시찰단은 방사능 분석실험실, 삼중수소 희석 설비, 오염수 방류 설비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또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전후 오염수 농도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해 ALPS 성능을 분석한다.

시찰단은 원전 점검 첫날인 전날 ALPS 설비, 중앙감시제어실, 오염수 방류 전 농도를 측정하는 K4 탱크, 이송 설비 등을 관찰했다.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전날 일정을 마친 뒤 "당초 보려고 계획한 설비들은 다 봤다"며 "일본이 보유한 설비가 제대로 된 것인지, 방류 절차와 과정은 적절한지를 과학의 기준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