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남국의 강’…바닥까지 파헤칠 준비 하는 검찰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6 12: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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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집중수사 예상되는 ‘김남국 코인’ 3가지 쟁점…거래 내역∙자금 출처∙입법 로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암호화폐 투기 의혹을 향해 검찰이 전방위로 수사망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 잇따라 영장이 기각되면서 잠정 중단됐던 수사가 약 반 년 만에 언론보도를 계기로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검찰은 김 의원의 코인 매입자금 출처와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 확실시된다. 이 와중에 김 의원은 일주일 넘게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던 말과 배치되는 행보에 연달아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후로 지금까지 두 차례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우선 5월15일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클립 등 세 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의 ‘위믹스 60억원 보유’ 의혹이 터진 지 10일 만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세 곳은 김 의원이 코인을 예치해 두거나 거래했던 곳이다. 또 5월22일에는 블록체인 업체 오지스를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은 오지스가 제공하는 코인 예치 서비스 클레이스왑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거래소 혹은 예치 업체를 타깃으로 삼은 데는 김 의원의 지갑(암호화폐 보관 계정) 주소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지갑 주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해킹 위험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 블록체인 보안 전문가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그건 마치 ‘은행 계좌번호를 공개하면 계좌가 털릴 수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5월14일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5월14일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거래·예치소 압색한 檢, 타깃은 ‘김남국 지갑’

김 의원이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거래 내역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블록체인 특성상 지갑 주소만 알면 누구든지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미 김 의원의 지갑 주소 하나가 의도치 않게 공개돼 숱한 의혹이 쏟아졌다. 김 의원이 5월8일 입장문에서 클립 가입 일자와 예치금 액수를 공개한 게 실수였다. 이후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와 일치하는 클립 지갑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국정감사 중에 코인을 거래했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실제 보유량이 훨씬 많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관련 의혹을 규명할 단초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계좌 추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인 투자 밑천으로 쓴 자금의 출처를 밝히려면 계좌를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5월8일 입장문을 통해 “초기 투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 주식 매각대금 9억8000여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의원이 공개한 계좌 내역에 의해 뒷받침된다. 반면 지난해 1~2월 빗썸 지갑에 갖고 있던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의 구입 자금은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김 의원이 위믹스를 보유했을 때 코인의 최고 가치는 60억원대였다.

만약 코인 매입 시점의 시세·개수와 지갑으로 이체된 자금의 액수가 맞지 않으면 무상 증여도 의심해볼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금 출처가 본인 돈이 아니라면 로비 등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라며 “(거래소와 연동된) 계좌를 들춰보면 금방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의 ‘1거래소 1은행’ 원칙에 따라 빗썸은 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의 실명계좌와 연동돼 있다. 계좌에 외부 자금이 섞여 있거나 자금보다 큰 가치의 코인이 지갑에 들어있다면 뇌물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계좌 내역을 들여다보려면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계좌추적영장이 필요하다.

계좌 추적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암호화폐 보유량에만 집중해서는 혐의 입증이 힘들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대거 이동시킨 것을 의심거래로 판단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거액의 암호화폐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 점을 넘어서야 한다.

2021년 6월2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서울남부지검) 모습 ⓒ
2021년 6월2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서울남부지검)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코인 투자자금 출처, 계좌 추적으로 밝힌다

그 밖에 정치권에서 불거진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계좌 추적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대선 자금 세탁을 위해 코인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에 관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5월23일 “자금의 시작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있었을 때 어떤 거래 행태를 보이는지 파악해 혐의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계좌 추적에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답변이다.

한편 검찰은 위믹스를 발행한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의 ‘입법 로비’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위메이드는 P2E(Play to Earn·게임으로 돈 벌기) 개념을 현실화하려는 목적으로 위믹스를 발행했다. 위메이드는 최근 3년간 회사 임직원이 국회를 14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사이 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등을 공동 발의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입법 로비 의혹을 두고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에서 코인을 증권으로 인정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검찰은 일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정치자금법 3조는 정치자금의 종류를 ‘금전이나 유가증권 또는 그 밖의 물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코인을 ‘그 밖의 물건’으로 간주해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외에 검찰은 범죄수익 은닉과 조세포탈 혐의도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가는 가운데 김 의원은 일주일 넘게 잠행 중이다. 그는 민주당 탈당 선언 후 5월15일 “진상조사를 피하기 위해 탈당한 건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5월18일 오전 한 시민에 의해 양양고속도로 가평휴게소에 있었다는 것만 목격된 상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남국의 강’이 ‘조국의 강’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잠적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 기록이 온라인상에 모두 기록돼 삭제가 불가능한 암호화폐 특성상 증거 인멸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해명을 할수록 의혹이 커지니 언로를 '셀프 차단'하고 검찰 조사를 대비하려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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