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주류가 먼저 붕괴하는 당이 내년 총선 이길 것”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9 10: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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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보는 ‘청년 정치’
“與, 자기 색깔 있는 사람들 다 쳐내고 팔로워들만 남아”
“2030, 尹 정부 싫지만 이재명의 민주당도 못 찍겠다는 것”

[편집자주]

한국 청년들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평균 34%였던 20대 무당층이 올해 4월 53%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무당층도 26%에서 36%로 급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지난해 대선을 치르기까지 정치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율이 높았던 20·30대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쪽 모두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는 이유는 뭘까. 이 거대한 ‘스윙보터’의 표심이 내년 총선에는 어떻게 움직일까. 양당의 청년 정치인을 대표하는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에게 청년들 눈에 비친 정치 현황과 청년 정치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연고 없는 전라도 순천에서 지역주의 종식을 꿈꾸고 있는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2030 표심은 양당의 주류가 먼저 붕괴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양당 지도부가 내는 어떤 메시지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류가 먼저 무너지는 쪽이 혁신으로 소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정당들이 선거 직전에 스토리나 스펙 위주로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는 행태가 바뀌어야 하며, 지방의원들이 지역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중앙에 와서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시사저널최준필

“국민의힘, ‘꼰대’ 정당으로 회귀…신뢰 잃어”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어릴 때부터 정치를 하고 싶었고 변호사가 되어서도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로 재직하며 입법이나 정책 쪽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젊은보수’라는 준정당 정치단체를 설립하면서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밖에서 보던 정치와 직접 겪은 정치에 차이점이 있나.

“돈·조직·인지도 3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밖에서는 정치를 한심하게 보지만, 나름대로 질서가 있고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다. 다른 분야에서 잘했고 똑똑하다고 해서 함부로 덤벼들었다간 큰코다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총선에서 낙선해 4년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청년 무당층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당이 2030 지지를 그대로 가져갔더라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말마따나 20년 집권이 아니라 30년 집권도 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2030이 조국 사태와 부동산 정책, 여러 ‘내로남불’을 겪으면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돌풍을 거치면서 ‘꼰대’ 정당을 벗어나 변화하려는 것 같아 지지해 줬지만, 이후 ‘올드(old)’한 정치가 다시 펼쳐지는 걸 보면서 또 실망했다. 그렇게 스윙보터가 된 2030은 선거 때 혁신하려고 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아예 투표를 안 하게 됐다.”

민주당 지자자로 여겨졌던 20·30대 남녀가 지난 대선에서는 양당으로 분산됐다. 내년 총선 표심은 어떻게 움직일까.

“양당 중 주류가 먼저 붕괴하는 당이 이길 것이다. 2030이 지금의 주류에게 어떠한 지지도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2030은 정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반기득권적인 성향 때문에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무당층이 많은 것은 윤석열 정부가 싫어도 이재명의 민주당은 도저히 못 찍겠다는 것이다. 양당 모두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기대가 없다. 낡은 정치를 하고 있는 주류 세력이 붕괴해서 국민에게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이 이길 것이다.”

양당 모두 나름의 ‘혁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정치는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누가 그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 모두 신뢰를 잃었다. 이 대표가 김남국 의원에 대한 조치를 엄격하게 하자고 얘기해 봤자 와닿지 않고, 김 대표와 윤핵관은 용산 출장소 느낌이다 보니 메시지에 무게가 안 실린다. 주류가 붕괴하고 신뢰받는 지도부가 들어온다면 국민 관심도가 올라갈 수 있다.”

민주당의 위기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데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

“자기 색깔이 있는 사람들은 다 쳐내고 팔로워들만 남았다. 리더라고 할 만한 유승민, 안철수, 홍준표, 나경원, 이준석 등이 상임고문에서 해촉당하든, 전당대회 출마를 못 하든, 대통령 적이라는 소리를 듣든, 윤리위 징계를 받든 어떤 형태로든 다 내쳐졌다. 당의 주류가 이들과 함께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기 색깔로 정치하는 사람을 빼고 말 잘 듣는 사람들만 남으니 정당인지 직장인 모임인지 헷갈린다.”

 

“인생 이모작 정치인 영입 그만…지방의원 키워 중앙으로 올려야”

21대 총선 당시 40세 미만 유권자가 전체의 33.8%인데, 40세 미만 정치인은 전체 의석의 4.3%다. 한국 국회의 ‘청년 대표성’이 세계 최하위권인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로 인재 영입이 총선 직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정치권이 어떻게 돌아가고 본인의 말과 행동이 언론이나 대중에 의해 어떻게 해석되는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몸에 익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정치에는 이런 게 없다. 선거 직전에 스토리나 스펙 위주로 영입하다 보니 인턴 국회의원을 양산한다. 두 번째는 인생 이모작형 정치인이 너무 많다. 자기 분야에서 돈도 충분히 벌고 성공한 다음에 명예까지 얻겠다고 하는 분들이다. 고위 관료나 법조인, 성공한 기업인들이기 때문에 정당 입장에서도 영입하기 좋다. 지방의원이나 보좌진, 당직자, 정당인 등이 더 정치를 잘할 수 있는데, 그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시스템적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회의 청년 대표성 문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방의원들을 제대로 키워서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이 지역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중앙에 와서 발휘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는 지방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 손아귀에 있고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은 엄연히 다르다는 신분의식도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지방의회를 통해 훈련된 인재가 중앙으로 오는 기회의 사다리가 사실상 봉쇄돼 있다.”

지난 대선 때 20·30대로 조직화된 ‘개딸’이나 ‘이준석 키즈’ 등이 오히려 정치판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개딸이 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바빠서 정치에 과몰입하기 쉽지 않다. 연령이 있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분들이 극성 지지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은 ‘이준석 팬덤’ 얘기를 듣지 않는다. 문제는 팬덤에 휘둘리느냐 아니냐다. 휘둘리기 시작하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이준석을 뛰어넘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정치인의 목표는 본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준석은 당대표를 했던 사람이고 저는 낙선자니까 이준석의 경험이나 도움을 받을 부분이 많다. 그런데 저는 이준석 팔로워가 아니라 리더가 되고 싶다. ‘천아용인’을 비롯해 당내 개혁 세력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

고향도 아니면서 국민의힘 열세 지역인 호남을 지역구로 선택한 이유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는데, 순천은 통합진보당도 뽑았다가 새누리당도 뽑았다가 하는 열려 있는 도시니 도전해볼 만하다는 이유였다.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의 무게추가 수도권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지역균형발전이나 비수도권 얘기를 설득력 있게 얘기하는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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