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박원순·오거돈’ 이어 또…반복되는 민주당 ‘성비위 잔혹사’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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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의원 성추행 발생…사태마다 대책 내놨지만 성비위 근절 안 돼
전문가들, 조속한 일벌백계 요구…당내 상황·직급별 교육 필요 지적도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시사저널·연합뉴스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사저널·연합뉴스

“성범죄 근절과 성평등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당헌·당규 개정과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

지난해 5월 박완주 무소속(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터지자, 당시 당대표 권한을 가졌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이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민주당에서 또 성비위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성호 부천시의원이 의정연수 기간 동료 여성 시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안희정·박원순·오거돈·박완주’ 성비위 사태를 연이어 거치면서도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신고·상담센터 설치’ 등 대책들도 성비위를 예방·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성추문이 터질 때마다 관련 태스크포스(TF)와 신고·상담센터 설치, 당헌·당규 개정 방침 등을 대책으로 내놓아왔다. 앞서 2018년에는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젠더폭력 TF와 젠더폭력신고 상담센터를 설치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2년 후 민주당에선 권력형 성범죄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 2020년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오 전 시장은 해당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고 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은 당시 사건 때도 젠더폭력근절대책 TF를 꾸렸지만 뾰족한 대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후 2020년 7월에도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에 연루됐다. 박 전 시장은 해당 사건이 알려진 당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문 직후 민주당은 가해자 무관용 원칙과 선출직 성평등교육 의무화, 윤리감찰단 및 온라인 신고센터 설치 등을 대응책을 내놨다. 또 주요 당직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럼에도 민주당내 성비위는 근절되지 않았다. 최강욱 의원은 2022년 4월 당 비대면 회의에서 모 의원에게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xxx를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달 후인 5월에는 박완주 의원을 둘러싼 ‘보좌진 성범죄’ 사건까지 발생했다. 특히 박 의원은 동의 없이 피해자를 면직시키려 했다는 2차 가해 의혹까지 받았다. 당시 박지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성비위 관련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번 박성호 부천시의원의 성비위 사태에서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박성호 의원은 지난 9~11일 전남에서 진행된 합동 의정 연수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여성의원 2명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돼, 22일 자진 탈당했다. 이재명 대표는 직접 윤리감찰과 영구제명을 지시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당 차원에서도 선출직·당직자에 대한 윤리교육을 실시한다고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책들이 원론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이번 성비위 사태와 관련해 박지현 전 위원장도 지난 23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다들 ‘민주당은 도대체 언제쯤 이 성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냐’라는 이야기들도 하더라”며 “민주당이 국민 앞에 다시 신임을 얻으려면 당에서 발생한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를 확실하게 끊고 나가는 것이 너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의원들이 24일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연수 기간에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동료 시의원에 대한 사퇴 촉구와 함께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의원들이 24일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연수 기간에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동료 시의원에 대한 사퇴 촉구와 함께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당내 성비위를 근절시킬 확실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정치 관계자들은 성비위 가해자에 대한 일벌백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박완주 의원 성추행 사건도 1년이 지났는데도 윤리특위 제소 이후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 앞에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당 내 성인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일방적 교육에 그치지 않고 토론의 장을 만들어 서로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은 25일 통화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만 규제를 강화하고 통제하려하면 완전히 (성비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라며 “장기적인 효과를 목표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의원 등 특정 직급의 경우는 상황에 맞는 교육이 따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위원은 “시의원의 위치는 단순히 사례 중심의 교육에서 나아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일반 회사는 최고관리자의 경우 하급 직원들과 분리해 일대일 맞춤 교육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관리자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임 교육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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