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금리 동결 결정한 한은, 인상·인하 가능성 모두 열어 놨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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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2% 수렴 증거 전까지 인하 언급 시기상조”
‘연내 금리 인하 없다’고 못 박지는 않아…연말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월과 4월에 이은 3연속 동결 결정이다. 물가 진정세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점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오히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장의 섣부른 금리 인하 반영을 억제하는 모습이다.

25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에 이날 주식 및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물가불안 우려가 크지 않은 점을 꼽았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고,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5%로 전월대비 0.2%p 하락했다.

연준의 6월 금리 동결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연구 콘퍼런스 대담에서 “(긴축정책으로)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우리는 데이터와 전망을 보면서 신중한 평가를 할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인상 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통해 유지해왔던 긴축 흐름을 중단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한은도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한은이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하면서 연내 인하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 총재는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확실하게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 시기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리를 3%p 이상 올린 상태에서 물가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 연준 관련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 (인하) 결정보다는 지켜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더 나아가 추가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종금리 전망의 경우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75% 인상 여지를 열어놨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소비자물가가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세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에 물가 둔화 속도를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다. 아울러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전환 여부 등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도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제 인하’ 않겠다는 한은…“조급하게 내리면 금융불안정 재촉발”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우리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 현 금리 수준이 경제, 국제자본 흐름,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서 올해 안에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너무 조급하게 금리를 내리면 금융 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없는지 등 중장기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이 연이어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연내 인하 가능성은 이미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블룸버그통신은 노무라홀딩스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하며 한국의 경우 이르면 8월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석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미 경제매체 CN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은행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중단한 은행이기 때문에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인플레이션 전망 경로에 비해 상반기 중 국내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됐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연말까지 국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며, 이에 한국은행의 피봇(통화정책 전환) 가능성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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