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이 보여준 피플 파워, 한반도 통일 이끌 것”
  • 워싱턴DC=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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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임스 플린 GPF 세계회장...“정부 아닌 시민이 주축이 돼 코리안 드림 이뤄야”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현실에서 허울 좋고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특히나 소위 ‘MZ’로 대표되는 10~30대가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남북통일 시기 인식’에 따르면, 18~29세와 30대의 통일 반대 의견은 각각 29%와 30%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대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자란 50대 이상의 자녀들이 이젠 통일을 걱정하는 세대가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임스 플린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회장은 한반도의 통일을 한국인보다 더 크게 염원하는 미국인이다. 그는 문현진 GPF 의장과 함께 국제 사회에서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코리안 드림’을 널리 알리고 있다. 30년 넘게 비영리 기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분쟁의 중재자 역할도 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GPF 사무실에서 플린 세계회장을 만났다. 그는 ‘3·1 운동’과 ‘홍익인간’을 한글 그대로 발음하며 그에 담긴 시민 사회의 저력을 강조했다.

5월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GPF 사무실에서 만난 제임스 플린 GPF 세계회장 ⓒ 시사저널 공성윤
5월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글로벌피스재단(GPF) 사무실에서 만난 제임스 플린 GPF 세계회장 ⓒ 시사저널 공성윤

 

 

- GPF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가.

때때로 사람들이 우리 재단의 이름 때문에 목표가 너무 추상적인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물론 세부적인 목표를 두고 훌륭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도 많다. 하지만 평화의 가치가 퇴색되는 현실에서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를 주창하는 단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거기에 있다. 나아가 ‘생각은 국제적으로, 행동은 국지적으로(Think globally, Act locally)’란 표어에 걸맞게 평화란 비전을 지역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 그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미래 평화의 주체가 될 전 세계 청년들에게 평화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학자, 언론, 교육기관 등과 협력해 평화 구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3국을 중심으로 경제 개발 프로그램과 일자리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 세계 순회공연 ‘원케이 글로벌 캠페인’도 코로나 종식 국면을 맞이해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과 같이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에선 평화의 기반인 통일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는 걸 안다. 우리가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 국제적으로 분쟁이 진행 중인 나라는 굉장히 많은데, 굳이 한국에 중점을 두는 이유가 있나.

우리는 동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대륙 등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정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특히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곳이 한반도다. 한국은 식민주의와 냉전의 잔재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 국가로 남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다른 국가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판단했다. 문현진 GPF 의장이 ‘코리안 드림’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겠나.

그에 대한 방법이 GPF가 집중하고 있는 매우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지점이다.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주체는 한국, 정확히는 남한의 정부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은 거의 조명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고착화되면서 한반도의 통일은 마치 정부만의 이슈로 굳어진 경향이 있다. 코리안 드림은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깨닫고 활동에 참여할 때 시작된다. 시민들이 주체가 돼 식민통치에 항거한 3·1 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다. 남북한 피플 파워(people power)야말로 코리안 드림의 유일한 실현 방법이다.

- 각국의 사회적 배경이 서로 다른 현실에서 코리안 드림의 실현 방식이 다른 나라의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코리안 드림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를 예로 들고자 한다. 나이지리아는 한국과 달리 종교적 갈등이 심한 국가다. 북부 출신 무슬림 유목민과 남부 출신 기독교 농경민들이 오랫동안 대립각을 세우며 유혈 사태를 벌이고 있다. GPF는 ‘신 아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란 슬로건 아래에서 나이지리아 민간을 중심으로 초(超)종교 운동을 수년 동안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종교적 차이를 넘어 공통된 가족애를 발견하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종교 분쟁에서 정치적 지도자는 해결사가 될 수 없다. 진짜 해결사는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를 지닌 시민 사회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나이지리아에서도 분쟁의 해결은 시민 사회에서 시작되리라 믿는다.

5월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 의회 포드 하우스 오피스 빌딩에서 '한미동맹 70주년, 자유통일한국을 향해'를 주제로 열린 원코리아 국제포럼(글로벌피스재단,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미주 통일연대, 원코리아 재단 공동주최)에서 제임스 플린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 의회 포드 하우스 오피스 빌딩에서 '한미동맹 70주년, 자유통일 한국을 향해'를 주제로 열린 원코리아 국제포럼(글로벌피스재단,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미주 통일연대, 원코리아 재단 공동주최)에서 제임스 플린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평화를 위해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지만 현실은 부정적으로 보인다. 당장 통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의 인식을 현실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나는 1982년 서울에 처음 방문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 곳곳에 옛날의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이후 무서운 속도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그와 동시에 한국 시민들은 물질적 번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됐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닥치기 직전까지 사람들은 거대 담론과 역경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한반도의 분단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젊은 세대가 깨닫고 통일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 GPF가 단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과업이 있나.

G20 국가들과 함께 시민 사회의 국제적 활동 협의체인 C20(Civil 20)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사업을 펼칠 것이다. 또 올해는 인도, 내년에는 브라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론화하기 위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2025년에는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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