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 최선 다했다” 비상구 사고 여객기 탑승객의 반박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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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제압한 시민 “승무원들 착륙 후 재빨리 상황 관리”
공포 떨게 한 피의자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었다” 진술
26일 194명의 승객들을 태운 채 대구공항 착륙을 앞뒀던 아시아나항공의 한 여객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5월26일 194명의 승객들을 태운 채 대구공항 착륙을 앞뒀던 아시아나항공의 한 여객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발생한 비상 탈출구 열림 사고와 관련해 당시 승무원들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탑승객 증언이 나왔다. 사고 전후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 승무원들의 상황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긴급 체포 후 진술을 거부했던 피의자는 조사 이틀째에 "빨리 내리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사고 당일인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아시아나 여객기 비상구 문을 강제 개방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남성 A씨를 현장에서 제압한 시민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목격자의 글이 올라왔다.

목격자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대구공항 착륙 3분 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구 문이 열렸다"며 "착륙 전이라 승무원과 승객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상황에 급작스레 발생한 일이어서 승무원들이 즉각 움직이기 어려웠던 것일 뿐 늑장 대응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B씨는 "(비행기) 착륙 후 승무원들이 재빠르게 비상구 쪽과 피의자를 케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피의자가 비행기 (착륙 후) 이동 중인데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여성 승무원 4명이 붙잡아봤지만 피의자 키가 185cm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183cm에 100kg인 자신보다 피의자 체격이 컸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의 힘 만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다. 

B씨는 승무원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피의자를 끌어올렸다며 "(A씨를) 복도에 엎드리게 하고 무릎과 손으로 못 움직이게 압박했다"고 전했다. 

B씨는 비행기 운행이 멈출 때까지 A씨를 5분 가량 압박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탑승객) 194명 중 상황을 해결하려고 움직인 분은 승무원과 남성 승객 3명, 복도에 대기하던 2명 등 총 10명이었다"고 전했다. 

10명 가량 승객이 피의자를 제압하며 붙잡고 있는 동안 탑승구가 연결됐고, 승객들은 무사히 내렸다고 B씨는 설명했다. 일부 승객들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했고, 탑승객 중 의사가 있어 진찰도 이뤄졌다고 했다. 

5월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승객에 의해 강제 개폐된 영향으로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
5월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승객에 의해 강제 개폐된 영향으로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

B씨는 일부 보도에서 승객들이 환호했다는 데 대해 "박수치고 그러지 않았다"며 "다들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엄숙히 내렸고 일부 승객은 비행기 밖에서 울음을 터트렸다"고 주장했다. 

B씨는 "오늘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했다"면서 "승무원들은 최선을 다했으니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B씨는 게시물 댓글에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너무 감사하다"는 내용을 남기자, "승무원 분들 고생하시고 놀라셨을텐데 너무 보도가 막 나가는 거 같아 안타까워 팩트로 남겨본다"고 적었다. 

댓글에 '비상구 문이 너무 쉽게 열렸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고고도에선 기체 내외부 기압이 안맞아 문이 안 열리지만 지상에 다다랐을 땐 내외부 기압이 맞아서 문이 열릴 수 있다"면서 "비상구는 비상 탈출시 휙 당기면 열려야 할 문이고 지상에선 탈출용 모드가 아니어서 힘을 줘서 열고 닫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B씨도 "(피의자가) 순식간에 문을 연 것 같았다"며 "옆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들도 열리고 인지했다"고 부연했다. 

5월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검은색 상의)씨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 연합뉴스
5월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검은색 상의)씨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 연합뉴스

입 연 피의자 "빨리 내리고 싶어서"

이틀째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27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범행 경위에 대해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며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전날 낮 12시35분께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항공기에서 착륙 직전 출입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항공기에는 소년체전에 참석하려던 제주선수단 65명을 포함해 승객 194명이 타고 있었다. 

700피트(약 213m) 상공에서 벌어진 A씨 난동으로 승객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으며, 이 중 9명은 호흡곤란 등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A씨 가족에 따르면, A씨는 줄곧 대구에 생활하다가 1년 전쯤 제주도로 가 여자친구 C씨와 함께 살았으며, 최근 C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으며 최근 불안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에서 혼자 비행기에 탑승한 A씨는 체포 당시 술을 마시진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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