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상대 ‘성범죄’에 ‘라디오 실언’까지…고삐 풀린 경찰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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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청서 “병가” 발언한 여경 감사 및 징계 검토
윤희근 경고에도 강력 범죄 등 비위 끊이지 않아
윤희근 경찰청장이 5월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5월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고 성 착취물까지 요구하는 등 경찰의 잇단 성범죄가 드러나는가 하면 음주운전부터 '라디오 병가 발언'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엄포에도 경찰 비위가 속출하면서 지도부의 조직 장악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청은 29일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방청에 참여한 현직 경찰관의 '병가' 발언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이고 징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26일 방송된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여성 경찰관의 발언이 전파를 타면서 촉발됐다. 

방청석에 있던 A씨는 "회사 체력 검정 날인데 진단서를 내고 컬투쇼에 오셨다"고 소개 받았다. 진행자가 "무슨 회사인데 체력을 보느냐"고 묻자 A씨는 "경찰"이라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는 '경찰공무원이 거짓말하고 가짜 진단서 내고 그래도 되느냐'고 되물었고, A씨는 웃으며 "실제 좀 아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온라인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현직 경찰관이 거짓말로 병가를 낸 것도 모자라 방송에서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해 온라인 상에서는 '경찰이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방청간 게 말이 되느냐'는 등 질타가 쏟아졌고, 경찰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자체 감사를 벌였다. 경찰 측은 A씨가 연차 휴가를 내고 쉬는 날 라디오 방청을 하러 간 것이라며 "(A씨가) 재미를 위해 병가라고 과장해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4일 체력 검정을 마쳤고, 라디오 방송 녹음이 있던 지난 25일은 일반 연가를 썼기 때문에 '거짓 병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경찰은 '병가 내고 방청 왔다'는 거짓말이 방송을 통해 널리 유포됐고, 이 같은 발언이 경찰 명예를 훼손시킨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벌떼 입찰’ 혐의를 받는 중흥건설과 제일건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연합뉴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벌떼 입찰’ 혐의를 받는 중흥건설과 제일건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까지…5년 간 100명 넘게 기소

기강 해이 논란은 충격적인 경찰의 성 비위 범죄와 맞물려 터져나왔다. 경찰청장이 긴급 현장점검을 지시한 당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며 조직 장악력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성 비위 등 경찰관의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긴급현장점검과 조직문화진단을 즉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비위 행위자는 신속하게 직무에서 배제한 뒤 강도 높게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윤 청장의 '호통'은 최근 경찰의 성범죄가 심각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신뢰도와 조직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B 순경은 SNS로 알게 된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경기북부 지역 모처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미성년자의제강간)로 구속됐다. B 순경은 미성년자 5명과 성관계를 갖고, 이들 중 일부에게는 성 착취물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또 다른 경찰의 성범죄도 확인됐다. 경찰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20∼30대 여성 10여 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C 경장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50대 D 경위는 이달 초 자신의 집 앞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다 옆에 있던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성 범죄로 수사선상에 오른 현직 경찰이 하루 걸러 나오는데다 경찰 간부가 부하 직원을 상대로 한 성 비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성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은 2018년 22명, 2019년 25명, 2020년 22명, 2021년 23명, 지난해 10명(1월~7월) 등 최근 5년간 10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도 2018년 48명, 2019년 54명, 2020년 69명, 2021년 61명, 지난해 79명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5년간 총 311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5.9일마다 한 번꼴로 성 비위가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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