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세까지 100% 걸린다는 감염병 ‘RSV’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6 11: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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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콧물·인후통 등 감기 증상과 비슷 
최근 미국에서 80% 효과 보이는 백신 승인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는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와 영유아에게 중증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RSV는 생후 3세까지는 거의 100% 걸린다고 할 정도로 흔하다. RSV는 사람 사이에 쉽게 전파되고, 특히 겨울철에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한다. 추운 날씨에 바이러스가 더 오래 살아남고, 실내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밀접 접촉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RSV 감염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기침·콧물·인후통 그리고 가벼운 발열 등 약한 감기 정도 증상으로 끝나지만 신생아, 노약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호흡 곤란, 지속적인 기침, 산소 부족을 의미하는 피부 청색증 그리고 가슴과 복부의 빠른 호흡 움직임 등을 보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RSV 감염에 대한 진단은 주로 증상과 환자의 고위험군 판단 과정을 통해 이뤄지지만, 결정적인 진단은 우리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 많이 해본 코 또는 인후에서 채취한 샘플 검사를 통해 내려진다. RSV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은 현재까지 없다. 충분한 휴식, 수분 섭취, 산소 치료 정도로 환자가 회복하는 시간을 버는 대증 치료가 대부분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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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땐 가급적 집 안에 머무르는 게 좋아

그러나 5월3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세계 최초의 RSV 예방 백신을 승인하면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이 백신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가 개발한 ‘아렉스비’라는 백신이다. 아렉스비는 RSV 감염에 대해 80%의 보호 효과를 보였고,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94%다. RSV 백신은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개발되었다. 아마 2023년 가을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렉스비 외에도 많은 RSV 백신 후보가 개발 중이며, 일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FDA가 검토 중인 다음 백신은 화이자 제품이다. 이 백신은 60세 이상 성인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신생아에 대해서도 효과와 안정성 연구가 시행되었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임신 중에 투여하면 태아에게도 항체 형성 효과가 있는 모성접종용 백신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모성접종용 백신의 경우는 3개월 미만 영유아의 RSV 예방에 특히 효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FDA는 5월말에 화이자 백신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8월 무렵에는 임산부에 대한 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백신이 국내에 언제 도입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가 동시에 개발한 ‘니르세비맙’이 가장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니르세비맙은 엄밀히 말하면 백신은 아니고 ‘예방용 항체 주사’다.

물론 이러한 RSV 백신들은 향후 RSV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크게 바꾸게 될 것이고, 더 이상 RSV 감염 자체를 피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백신들이 완전히 도입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개인위생과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씻기이며 공유 물품들에 대한 정기적인 소독도 필요하다. 또 다른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RSV가 유행할 때는 가급적 집 안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특히 고위험군(영유아, 기저질환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특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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