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특허 도용’ 장비수출 5명 적발…6600억원 부당이득 막아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5.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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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첨단기술 ‘에어나이프’ 3대 수출 시도하다 덜미 잡혀
관세청 전담 수사팀 설립 이래 첫 첨단기술 해외 유출 적발 사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서 노시교 인천세관 조사국장이 첨단기술 해외 유출 적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서 노시교 인천세관 조사국장이 첨단기술 해외 유출 적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스코 특허 기술을 도용한 첨단 장비를 해외로 수출하려던 일당이 붙잡혔다.   

관세청은 국가 첨단 기술인 '강판 도금량 제어장비'(에어나이프) 기술을 도용해 장비를 제작한 뒤 이를 해외에 수출하려던 업체 대표 A씨 등 5명을 특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포스코가 특허 등록한 기술을 도용해 에어나이프 4대를 수출하고, 3대를 수출하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총 58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어나이프는 용융 알루미늄이나 아연을 도금한 강판에 가스를 분사하는 방법으로 도금량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장비다. 포스코는 도금강판의 품질을 좌우하는 이 핵심 장비에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50억원 이상을 투입해 국산화했다.

A씨는 포스코 협력업체에서 해외 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뒤 별도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해당 협력업체에서 함께 근무하던 에어나이프 도면 제작자 B씨를 영입했다. 이들 일당은 포스코 기술을 도용한 시가 35억원 상당의 에어나이프 4대를 2020~2021년 해외로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퇴사한 뒤에는 포스코의 특허 등록 에어나이프 개발자인 C씨를 부사장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일부 구조만 바꿔 시가 23억원 상당의 에어나이프 3대를 수출하려다 지난해 11월 인천세관 기술유출 범죄 수사팀에 덜미가 잡혔다. 

인천세관 수사팀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선적 전에 에어나이프를 압수하고, 업체 본사·공장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진행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관세청은 에어나이프 3대가 수출됐다면 해외 철강사가 최대 66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수출 당시에는 물품명을 '에어나이프 시스템'이라고 신고했다가 특허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코팅장비'로 위장해 수출 신고했다. 또 회사 내 자료 저장 장치를 폐기하거나 제작도면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명하는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은 관세청이 지난해 기술유출 범죄 전담 수사팀을 설립한 이래 첫 첨단기술 해외 유출 적발 사례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우리나라 선도 기술 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조선, 철강 분야 등에서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세청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국정원, 특허청 등 관계 기관과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기술 유출 범죄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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