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핵심’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구속기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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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 …범 김성규 총괄사장은 불구속기소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왼쪽)과 김성규 이화전기공영 총괄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왼쪽)과 김성규 이화전기공영 총괄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대 초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기업사냥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전날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김 회장을 구속기소하고 김성규 이화전기공업 총괄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이화그룹 계열사인 이화전기공업과 이트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김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해왔다.

김 회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267억원의 체납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와 국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373억원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기간 허위 급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허위 회계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114억원을 횡령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저가에 매수한 이화전기공업 등 계열사 주식을 허위 공시 등의 방법으로 고가에 매각해 124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이화전기공업 등 계열사 주식을 시세보다 저가에 매각해 187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이밖에 김 회장은 금융당국에 신고 없이 계열사 자금 173억원을 자신이 보유하던 홍콩 상장 해외법인 등에 유출한 혐의와 자신의 주식을 고가 매수하게 해 관계사에 58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김 회장의 처남인 김성규 사장은 이런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8일 김 회장과 김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김 회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본 수사는 고발사건인 조세범죄를 단서로 횡령과 배임 등 선행범죄와 재산 국외 도피 등 후행범죄까지 범죄의 전모를 규명한 수사”라며 “그러면서 "증여세포탈죄는 회사가 사주에게 증권을 저가에 매도하게 한 사안에서 사주에게 배임죄 외에 증여세포탈죄까지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은행원 출신으로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해온 김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한때 그가 차명으로 소유한 기업만 수십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 회장의 존재는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처음 외부로 알려졌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 조작을 통해 수백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이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정·관계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김 회장은 대검찰청의 수사가 시작된 2001년 9월 잠적했다 4개월여 만인 2002년 1월 체포됐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은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5년 출소한 뒤 모든 자산을 차명으로 돌리고 자취를 감췄다.

그의 이름은 2015년 다시 언론에 오르내렸다. 당시 이화전기공업 실소유주로 지목된 김 회장은 주가조작 등 혐의로 또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때도 김 회장은 3개월여 간 도피행각 끝에 체포됐고,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지방국세청이 2020년 이화그룹 경영진의 증여세 등을 포탈한 혐의를 확인, 검찰에 고발하면서 김 회장은 다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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