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대응 잘하면 특진” 캡사이신도 허락한 경찰청장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1 16: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희근, 31일 민주노총 집회 앞 경비 경찰 13명 ‘특진’ 약속
6년 만 캡사이신 등장도 예고…野 “이것이 법치냐”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 대책회의를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 대책회의를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집회 관리에 공적을 세운 경찰을 대상으로 포상하겠다”며 13명 특진을 약속했다. 6년 만의 캡사이신 사용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이 법치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에서 성과를 낸 경비경찰 13명을 특별승진 시킨다는 계획을 내부망에 공고했다. 대상은 시도경찰청·경찰서의 집회·시위 관리부서와 기동대 등 대응부서이며 계급별로는 경감 3명, 경위 5명, 경사 3명, 경장 2명 등이 해당한다.

당초 연말 특진 공고가 나곤 했지만, 윤 청장이 이례적으로 이번 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드러내며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일선 경찰들이 집회·시위 관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길 유도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된다. 또한 최근 집회에 대응하는 훈련을 개시하면서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내부 분위기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

이날 오전 경비대책회의 참석차 민주노총 집회를 관할하는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한 윤 청장은 집회 대응 방침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신고된 시간을 초과해 집회를 진행하거나 차로를 점거해 과도한 교통정체를 야기하는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해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청장은 기동복을 입고 나타나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경찰 측은 “기동대원들을 격려하고 사기 진작하는 차원에서 청장부터 기동복을 입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선에선 윤 청장의 복장 자체가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청장은 또 “현장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지휘관 판단으로 캡사이신을 쓰도록 준비하라 했다”고 밝혔다. 캡사이신 사용은 너무 강경한 진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윤 청장은 “강경 진압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캡사이신 용액은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으로 눈 주변에 뿌려 시야를 막아 집회를 해산하는 데 쓰인다. 경찰은 2017년 3월 이후 집회 해산을 위한 캡사이신 사용을 중단해왔다.

윤 청장은 전날 경찰청에서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도 “(민주노총이) 야간문화제를 빙자한 불법집회를 강행하거나 집단 노숙 형태로 불법집회를 이어갈 경우 현장에서 해산조치 하겠다”며 “해산 과정에서 필요하면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일각에서 경찰이 이른바 ‘물대포’로 불리는 살수차도 재도입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며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찰은 2015년 11월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았고 2021년엔 남은 19대 모두를 아예 폐차했다.

이러한 경찰의 움직임에 민주당은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거꾸로 간다”고 강력 반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노동자를 곤봉으로 내리치고 집회에 캡사이신을 준비하는 경찰, 이것이 법치냐”며 “윤석열 정부에 노동자는 모조리 분쇄해야 할 적이냐”고 공세를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민 불편을 일으키는 불법집회는 엄정히 대처하는 게 마땅하다”며 윤 청장의 강경 기조에 힘을 보탰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