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영화 구할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2 13: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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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액션 영화 프랜차이즈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공식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관객들이 호응하는 이유

또 한 번 전작의 스코어를 넘어섰다. 이미 유료 시사회로 48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3》는 개봉일인 5월31일 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 수 120만을 넘겼다. 1년 전 팬데믹을 뚫고 《범죄도시2》가 쓴 기록(개봉일 관객 46만 명)을, 엔데믹으로 전환된 올해 《범죄도시3》가 깼다. ‘나쁜 놈들 잡는 데는 이유 없다’는 이 영화. 장르는 분명 범죄·액션물이지만, 모두가 영화의 장르를 ‘마동석’이라 해석하는 시리즈물이다. 연타석 흥행으로 확실해진 것은 ‘마동석’이라는 이름이 한국 영화계에서 통한다는 사실이다. 일명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고 불리는 세계관을 만들어낸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영화 프랜차이즈로 우뚝 선 이유는 뭘까. 《범죄도시3》와 마동석은 이제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구할 히어로로 지목되고 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주)키위미디어그룹·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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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범죄도시3》는 전작을 답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꾀했다. 마석도 형사의 근무처를 이동시키고, 여러 사건을 섞어 스토리를 구상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선상에서 달리는 투톱 빌런 체제를 택하면서 또 하나의 차별점을 뒀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심각한 범죄가 발생하고, ‘민중의 몽둥이’가 해결해 나가는 플롯이다. 권선징악의 전개가 충분히 예상 가능함에도 영화를 보는 이유가 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형사가 범인을 때려잡는 모습이 희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범죄도시》 시리즈의 카타르시스는 액션에서 나온다. 듬직한 체격과 압도적인 힘을 지닌 마석도가 스크린에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두근거림은 이미 시작된다. 그것을 카타르시스로 이끌고 가는 것은 영화의 통쾌한 액션 신이다. 마동석 역시 《범죄도시》 시리즈의 인기 요인으로 악을 응징하는 액션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를 꼽은 바 있다.

그래서 액션 신을 만드는 과정은 중요하다. 시리즈에서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제작진이다. 마동석은 《범죄도시1》은 물론 《부산행》 《성난황소》 등으로 합을 맞춰온 허명행 무술감독과 전 시리즈에 걸쳐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은 《쉬리》의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신세계》 《신과 함께: 인과 연》 《극한직업》 등 100여 편의 영화에서 액션 신을 만들어낸 충무로의 대표 무술감독이다. 《범죄도시2》에서는 전편의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하면서도 스케일이 더 커진 액션 신을 내놓았는데, 카 체이싱과 원테이크 격투 신 등의 장면은 시즌2의 장점으로 꼽혔다.

마동석도 몸을 아끼지 않는다. 시즌2에서는 유도 장면을 넣었는데, 영화 촬영을 위해 이종격투기 선수인 김동현에게 유도를 배우기도 했다. 전작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범죄도시3》에서는 마동석의 주특기인 ‘복싱’을 부각시켰다. 전작에서 ‘큰 한 방’이 관객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면, 이번에는 날렵하고 빠른 복싱 기술을 통해 관객들이 속도감과 타격감을 맛보게 했다.

《범죄도시》 시즌4의 메가폰은 허명행 감독이 잡았다. 내년 중 개봉할 《범죄도시4》의 액션 스케일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허 감독은 “4편에서는 더 업그레이드된 액션 테크닉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동석 역시 “시리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 자신 있다”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전작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한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시즌3에 등장하진 않지만, 쿠키 영상을 통해 시즌4에서의 반가운 등장을 예고한다. ⓒ 《범죄도시2》 스틸 컷 
시즌1~2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한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시즌3에 등장하진 않지만, 쿠키 영상을 통해 시즌4에서의 반가운 등장을 예고한다. 이번 시즌의 신스틸러는 단연 초롱이 역의 고규필이다. ⓒ 《범죄도시》 스틸 컷·고규필 인스타그램
이번 시즌의 신스틸러는 단연 초롱이 역의 고규필이다. ⓒ고규필 인스타그램

신스틸러·유머 코드도 《범죄도시》의 강점

코로나19의 장벽은 넘어섰지만, 극장가의 성적은 암울했다. 올해 개봉한 대다수 한국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한 편도 없다.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교섭》(172만)과 《드림》(112만)뿐이다. 팬데믹 속에서도 흥행을 이끌었던 《범죄도시》 시리즈가 써나갈 성적에 이목이 모일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2》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무려 3년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한 한국 영화였다. 한국 영화로는 20번째, 외국 영화를 포함해서는 역대 28번째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영화다.

돌파 속도 역시 빨랐다. 2019년 개봉한 《알라딘》과 《기생충》보다 한 달 정도 빠르게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팬데믹 이후 어두웠던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됐다. 제작진도 마동석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쾌거였다. 당시 ‘한국 영화가 살아있다, 극장은 살아있다’ 캠페인의 첫 주자로도 나선 《범죄도시2》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밀어내면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긴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힘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범죄도시3》는 개봉일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를 밀어내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마동석은 최근 한국 영화의 침체기에 대해 “코로나19 탓이 컸던 것 같고,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긴 것도 이유”라며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느낌을 많이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수기에 극장가를 찾지 않았던 관객들이나 그동안의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보장된 맛이다. 《범죄도시》는 ‘아는 맛’이다. 그래서 《범죄도시》는 관객들이 시리즈에 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영리하게 요리한 ‘제육볶음’ 같은 영화라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극장에서 보는 이들은 액션이 주는 쾌감과 함께 가벼운 유머 코드에서 나오는 웃음을 공유한다. 심각한 사건과 강렬한 액션 신 사이사이에 유머 코드를 배치해 웬만한 코미디 영화처럼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해 내는 것도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이다. 시즌1보다 유머 코드를 더 버무린 《범죄도시2》는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진실의 방으로” “형은 다 알 수가 있어” “누가 5야?” 같은 대사 역시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즉각 떠올릴 유머 포인트다. 이번에도 전편의 명대사를 인용한 대사들이 코믹 요소들로 등장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진입장벽을 낮춘다.

감초 같은 조연들 역시 시리즈에 재미를 더한다. 시즌1~2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한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시즌3에 등장하진 않지만, 쿠키 영상을 통해 시즌4에서의 반가운 등장을 예고한다. 이번 시즌의 신스틸러는 단연 초롱이 역의 고규필이다. 이 외에도 답답한 캐릭터가 없다는 것,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다양한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배경이다.

《범죄도시3》의 빌런인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3》의 빌런인 주성철(이준혁)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리즈를 관통하는 빌런의 존재감

예상 가능한 전개와 결말이지만 소재의 폭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넓어진다. 조폭 소탕작전으로 시즌1을 시작했다면, 시즌2에서는 국경을 넘나들었고, 시즌3에서는 신종 마약 사건을 다뤘다. 내년 개봉할 시즌4에서는 국내 최대의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잡기 위해 사이버수사대와 전담팀을 결성한다. 마동석은 이 스토리들이 여러 가지 실제 사건과 형사들을 통해 들은 내용들을 섞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드는 존재들. 바로 ‘빌런’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영화지만, 그가 연기하는 마석도가 빛날 수 있는 것은 그와 대적하며 긴장감을 이어나가는 강한 빌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의 빌런들은 이 세계관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에서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했음은 물론,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극악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석도와 대적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범죄도시1》을 통해 처음 악역에 도전한 윤계상은 악랄한 조직 보스 장첸 그 자체를 보여줬다. 날 선 눈빛과 극악무도한 행동들, 칼과 도끼를 급소에 내리꽂는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범죄도시》 세계관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니 내 누군지 아니”라는 대사는 그해 유행어처럼 회자됐다. 《범죄도시2》의 손석구는 ‘강해상’이 되어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았다. 돈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강해상은 서늘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며 《범죄도시》 빌런 계보에 기록됐다. 일명 ‘3세대 빌런’ 이준혁은 그동안의 빌런과는 결이 다르다. 전작의 악역들이 날것의 원초적인 특성을 보였다면, 이준혁이 연기한 주성철은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두뇌형’ 빌런이다.

《범죄도시1》의 장첸(윤계상)과 《범죄도시2》의 강해상(손석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주)키위미디어그룹·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본능이 아니라 전략으로 움직이는 지능적인 빌런을 등장시킨 것도 작품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마동석은 《바람의 검심》으로 주목받은 아오키 무네타카를 또 한 명의 빌런인 리키 역으로 기용했는데, 이 역시 투 빌런 체제라는 의외성을 주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시즌1의 장첸을 호랑이, 시즌2의 강해상을 사자에 비유했던 마동석은 이번 시즌의 주성철을 ‘굶주린 늑대’, 리키를 ‘독수리’라고 표현했다. ‘4세대 빌런’은 김무열이 맡는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에서 온라인 도박 조직의 행동대장 백창기 역을 맡아 악인으로 변신한다.

시리즈나 리메이크작에 보수적인 한국 관객들이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범죄도시》에 연이어 호응한다는 것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한국 영화계에서 통한다는 방증이다. 전 시즌과 다른 점을 쉴 새 없이 꾀하는 제작자 마동석과,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주는 배우 마동석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그 배경이 된다. 형사 액션물에 대한 로망과 프랜차이즈에 대한 욕망, 복싱을 구현하고 싶은 마음까지 성공적으로 버무려놓은 《범죄도시3》의 흥행은 이미 보장됐다. 마동석이 ‘연골과 뼈와 주먹과 영혼을 갈아 넣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MCU의 대표작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미 4편까지 촬영을 마쳤고, 시즌8까지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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