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안마의자 ‘명가’ 자존심도 무너졌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6 12: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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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젬에 업계 1위 자리 뺏긴 바디프랜드의 굴욕…경영권 분쟁 겹치면서 실적 악화도 가속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업계 부동의 1위였다. 국내시장 점유율 60% 안팎, 해외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했다. 20년 가까이 유지되던 이 순위가 2021년 처음으로 뒤집혔다. 세라점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주저앉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라젬과 바디프랜드의 실적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바디프랜드는 5220억원의 매출과 2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7%, 64.8%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1.6%에서 3.6%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시사저널 최준필
한때 안마의자 업계 부동의 1위였던 바디프랜드의 실적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도곡동 본사 ⓒ시사저널 최준필

최근 10년간 3번이나 주인 바뀌어

바디프랜드 측은 “엔데믹 이후 물가나 금리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됐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상품 매입비용이 증가한 게 원인”이라고 실적 하락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로 엔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안마의자 업계의 실적이 일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사저널이 주요 안마의자 업체(세라젬, 바디프랜드, 코지마, 실릭스, 휴테크)의 최근 5년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1년 1조6723억원과 185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5452억원과 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 49.4% 감소했다. 휴테크의 경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유일하게 매출이 늘어난 곳은 세라젬이었다. 세라젬은 지난해 75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 기록한 창사 이래 최고 매출(6671억원)을 1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바디프랜드와의 매출 격차는 2000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506억원으로 바디프랜드의 2배 이상 됐다. 당분간은 안마의자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바디프랜드의 실적 악화가 경영권 교체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디프랜드의 창업 멤버는 조경희 전 회장과 첫째 사위인 강웅철 전 이사회 의장, 박상현 전 대표 등이다. 현주컴퓨터 부도로 쓰라린 패배를 맛본 이들이 2005년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바디프랜드다. 이들은 2015년 보유 지분을 보고펀드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BFH투자목적회사에 양도했다. 이후 IPO를 추진했지만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가 문제로 지적되면서 번번이 상장에 실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바디프랜드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7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바디프랜드 지분 46.3%를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김지훈 대표를, 한앤브라더스는 허명지 대표를 각각 내세워 경영에 참여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단행한 게 마케팅 비용 축소였다. 광고선전비나 판매촉진비 등 판매·관리비를 줄이면서 경영 쇄신에 나섰다. 추성훈과 BTS, 이정현 등 고속 성장기 때의 모델 계약도 중단했다. 하지만 이 판단은 자충수가 됐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사이, 경쟁사인 세라젬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올렸다”면서 “결과적으로 세라점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동 인수 사모펀드의 경영권 갈등까지 불거졌다. 이들 사모펀드가 바디프랜드를 인수할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김건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최대주주 변경 시 인수금융을 포함한 지분 인수 구조나 사업, 투자전략 등 재무정책 기조가 변할 수 있다”면서 “바디프랜드 현금 호름이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우려가 공동 인수 8개월 만에 경영권 분쟁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올 초 스톤브릿지가 한앤브라더스의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한 게 갈등의 발단이 됐다. IBK캐피탈, 하림, OK캐피탈 등 펀드 주요 출자자는 지난 3월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앤브라더스의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박탈했다. 아울러 한앤브라더스 허명지 대표와 최대주주 한모씨의 측근 양모씨를 각각 이사와 CFO(최고재무책임자)에서 해임했다. 바디프랜드는 최근 양씨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한앤브라더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총회의 절차적 하자 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스톤브릿지 측이 바디프랜드 주요 주주 및 이사 등과 공모해 허위 문서를 작성해 투자자를 기망했다는 것이다. 한앤브라더스는 최근 3월 총회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스톤브릿지 김지훈 대표 등에 대해서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주 간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서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올 1분기 바디프랜드의 매출은 972억원, 영업이익은 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5%, 60.9% 폭락했다. 2분기에도 실적 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회사 안팎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바디프랜드 직원들도 이런 부분을 우려한다. 금두호 바디프랜드 노조 지회장은 “경영권이 바뀔 때마다 결제 라인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업무 혼선이 있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면서 “회사 성장을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그는 “회사가 성장할 때도 직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하물며 실적 하락기인 지금은 어떻겠냐”면서 “지난해 경영권이 바뀐 이후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의 최근 실적 하락에는 이런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금 지회장은 지적한다.

바디프랜드 “경영권 분쟁은 투자사 간 문제”

이와 관련해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바디프랜드의 경우 안마의자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할 이상이다. 베드형 마사지기가 주력인 세라젬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투자사 간 문제로 회사 실적과는 무관하다. 주주총회를 통해 분쟁도 모두 해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관계자는 “회사는 매년 기술 개발에 250억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5월 매출이 급등했다”면서 “앞으로 더 성장해 독보적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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