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어가는데 증세 못하고 추경도 안 한다는 尹정부, 대안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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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세수펑크’…목표치 줄이고 잉여금 활용키로
尹정부 ‘상저하고’ 기대하지만 “경기 회복 시점 불확실”

나라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올해 4월에만 국세가 10조원 덜 걷혔다. 누적 세수감소 규모는 역대 최대 폭인 34조원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장기 침체가 예상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할 타이밍인데, 여기에 쓰일 ‘총알’이 부족해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일단 “추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여 온 감세 기조를 증세로 전환하는 일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정부는 지난해 거둬들인 세입 중에서 필요한 지출을 하고 남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재원 등을 동원해 구멍난 세수를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세수 목표치를 조정하기 위한 재추계 작업을 시행키로 했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이 13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3조9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이 13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3조9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풍족해야 할 4월에도 ‘세수 펑크’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세 수입(167조9000억원) 대비 33조9000억원 덜 걷혔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목표로 잡은 국세수입액(400조5000억원) 중 얼마나 걷혔는지를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도 33.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한 달 국세 수입은 4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9조9000억원 덜 걷혔다. 당월 기준 세수 감소 폭은 1월 -6조8000억원에서 2월 -9조원, 3월 -8조3000억원에서 4월 다시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통상 4월엔 법인세 분납분과 부가가치세 중간분을 신고하는 달이라 세수가 풍족한 시기로 꼽히는데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기 침체 탓에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이 일제히 쪼그라든 결과다. 특히 법인세가 4월까지 35조6000억원 걷혀, 전년 동기 대비 15조8000억원 줄었다. 30% 넘게 감소한 수치다. 소득세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 여파로 8조9000억원이 줄었고, 부가세도 전년 동기 대비 3조8000억원 덜 걷혔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 목표치보다 국세가 덜 걷히는 ‘세수결손’ 상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목표치 대비 38조5000억원이 부족해진다. 기재부 측은 “실제 결손 금액은 5월 종합소득세와 월 부가가치세를 받아봐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 나아지면 세수 더 걷힌다는데…전망은 ‘글쎄’

‘세수 펑크’ 우려가 확산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추경 논의가 불이 붙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 편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고, 법인세 인하를 1호 개혁법안으로 삼는 등 적극적인 감세 기조를 펼쳐왔다. 이 같은 기조를 하루아침에 증세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현재로선 추경 계획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동원해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기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도 여러 걱정 속에서 현재 세수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재원을 동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재원의 구체적 규모를 밝히진 않았으나, 학계에선 예산불용 등으로 10조원 안팎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또 다른 요소는 ‘상저하고’ 전망이다. 정부는 연초부터 상반기에 나쁘고 하반기에는 좋아지는 경기 흐름을 전망해왔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세수여건이 다소 나아질 것이란 입장이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세수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다”면서도 “5월 이후에는 세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일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기대대로 하반기 경제 상황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국내 생산(전 산업 생산 지수)은 전월보다 1.4% 줄어(109.8)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제조업 재고율은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5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물건이 팔리지 않고 공장에 쌓여있다는 의미다. 통계청 측은 “정부가 상저하고 경기 흐름을 예상했지만 (경기가) 올라가는 시점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불확실한 모습이 많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부터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우선 세수오차 방지를 위해 세수목표치를 바꾸는 재추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재추계 작업이 완료되면 올해 세수 목표치가 기존 예상액인 400조5000억원보다 쪼그라들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올해 8월, 늦어도 9월 초엔 공식 재추계 결과를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세수결손 여부도 세수재추계 작업을 끝낸 이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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