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 정치’ 부메랑 맞는 尹, ‘비윤’ 주자들에 손 내밀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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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지율 정상 아냐” 유승민 “개혁한다는 뻥 그만” 혹평
친윤에서도 “이젠 덧셈 정치해야”…비윤 “尹, 포용 가능성 제로”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을 했거나 갈등을 빚었던 ‘비(非)윤석열계’ 대권주자들이 2년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을 향해 최근 야박한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집권 후 확고한 ‘친정 단일 체제’ 구축만을 목표하며 이들을 멀리했던 윤 대통령이 ‘배제 정치’ ‘뺄셈 정치’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포용의 정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수출전략회의 백날 하면 뭐하나. 안보도 경제도 똑똑한 외교만이 국익을 지킨다”라며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마음대로 경제적 이득을 챙기면서 우리 기업들은 구속하려 든다”며 “이건 위선적인 이중잣대이고 대한민국을 호구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유 전 의원은 전날인 3일에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향해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과감하게 개혁을 하겠다’ 같은 뻥은 그만 치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기획수석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교육·노동·연금 개혁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한 발언을 겨낭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3개월, 취임 초 골든타임 동안 3대 개혁은 이룬 게 없다. 3대 개혁은 말뿐이며 실천이 없다. 행동이 없으니 공허하게만 들린다”며 ”레토릭은 제발 그만 떠들고 이제는 구체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윤 대통령을 촉구했다.

역시나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후보 자리를 두고 다퉜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0일 대구시청 출입지가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현재 국정 수행 지지율에 대해 “지금 지지율은 정상이 아니다. 지금쯤 60%는 돼야 한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달 10일 대구시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통령의 사람으로 있다. 집권 세력이 정치에 노련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혹평한 바 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로부터 견제를 받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윤 대통령에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지난 달 2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가능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렇게 내려 꽂기 식으로 갈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어 선거에 실패한 사례들이 지금까지 많았다”고 경고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8일 윤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계속 가는 것은 국민이 기대한 길이 아니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일침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대선 당시 외쳤던 ‘원팀’ ‘국민통합정부’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른바 ‘내부총질’ 논란으로 친윤계와 갈등을 빚어 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꾸준히 윤석열 정부를 향한 쓴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때 올라가고 어느 때 떨어지는지 패턴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본인이 계몽가인 것처럼 가끔 말씀하실 때가 있는데, 이렇게 국민들을 가르치려 들 때 지지율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노총과 싸우는 등 본인이 잘하는 것만 해서 지지율이 대한민국 국민 과반을 넘길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사실상 내쳐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을 향해 “경제 정책이 ‘무(無)’의 상태다” “협치의 의지가 안 보인다”는 등 혹평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尹, 지금 당 상황에 만족…이대로 총선까지 갈 듯”

윤 대통령을 향한 비윤계 인사들의 계속되는 비판은 그동안 윤 대통령이 보여 온 ‘뺄셈 정치’의 결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친윤 체제로 당을 정비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정치 경력이 짧은 만큼, 빠르게 자기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내 사람’이 아닌 이른바 비윤 인사들을 꾸준히 배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선 전후 김종인‧이준석을 손절했고, 지난 전당대회에선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당시 후보들을 밀어내는 인상을 주며 비판을 받았다. 대선 당시 자신과 경쟁했던 당내 후보들과도 이후 적극적인 화합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비윤계의 이 같은 쓴소리는 그 내용을 떠나 윤 대통령으로선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비판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뿐더러, 언론에 꾸준히 노출돼 여권 내 갈등과 분열의 이미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경우 윤 대통령 중심으로 구축된 당 바깥으로 원심력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뺄셈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당내 통합을 바탕으로 외연 확장까지 나서야 하는데 당장 당내 통합부터 요원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윤상현 의원은 올 초 윤 대통령을 향해 “이제라도 뺄셈정치 DNA를 버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김기현 지도부에서도 한때 이준석계를 비롯한 비윤 인사들과의 통합과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뺄셈 정치를 멈추고 덧셈 정치로 전환할 것이라는 데 비윤계를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한 비윤계 인사는 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비윤계 인사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했다. 이 인사는 “윤 대통령은 지금 당을 성공적으로 장악했고, 또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확신하며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구태여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인사들과 화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산산이 깨지는 결정적 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통합의 행보를 기대하긴 어렵다. 오히려 총선에서 더욱 친윤 세력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역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스타일상 지금의 기조를 그대로 총선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은 협력과 협치를 하고 반대를 설득하는 리더십이라기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뜻을 펼치려는 모습이 강하다”며 “비단 당 비윤계 인사들 뿐 아니라 야당, 그리고 노조 등에 보이는 태도도 일관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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