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혁신위, 코너 몰린 이재명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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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자폭’ 논란 등에 이래경, 9시간 만에 사의
비명계 ‘이재명 책임론’ 제기…“임명 과정 밝혀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5일 사임했다. 과거 ‘천안함 자폭’ 등의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한 탓이다. 이 이사장을 직접 임명했던 이재명 대표가 “다른 위원장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지만 당 내홍이 심화될 조짐이다. 비이재명(비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친명 혁신위’를 구성하려 무리한 인사를 추진한 탓이라며 ‘이재명 책임론’에 불을 댕기는 모양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통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며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한국 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이라면서도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 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발표한지 9시간 만에 사의를 밝힌 셈이다.

민주당도 이 이사장의 사의를 곧바로 수용했다. 다만 당내 논란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 이사장 임명 발표 당시부터 이 대표가 ‘친명 혁신위’를 구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던 비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혁신위 구성 과정, 임명 기준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내 소장파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 선임부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어떻게 이재명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혁신위원장은 지도부 체제의 문제를 전제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인 만큼, 선정 경위부터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초선의원도 “처음부터 (이재명 대표가) ‘친명 지도부 2중대’를 만들려 했던 게 문제”라며 “많고 많은 원외인사 중 고른 게 그런 사람(이 이사장)이라면, 처음부터 임명 기준 자체가 없었거나 허술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명계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안을 만드는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원외 인사가 중립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당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는 취지”라며 “절대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중립성, 민주성, 통합조정능력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미 ‘이래경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차기 혁신위원장 인선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외에서 후보군을 찾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후보자의 과거 발언, 경력, 성향 등을 검증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여기에 이 대표가 차기 인선도 실패한다면 혁신위뿐 아니라 ‘이재명 체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 이사장의 경우) 친명계 인사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혁신위가 총선을 앞두고 당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번에 드러난 임명 과정을 보면 혁신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이사장의 사임에 대해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역량 있고 신망 있는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 아닌지’ ‘다음에도 외부 인사로 할 것인지’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6일부터 혁신위원장 후보군을 다시 물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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