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의 성공, 진짜와 가짜 정보 구별에 달려
  • 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3 11:05
  • 호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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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은마아파트 가격 11억(2007)→7억(2008)→11억(2009)→7억(2014) 사례 되새겨야

최근 몇 개월간 집값이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향후 아파트 가격이 본격 회복하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이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현상보다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지금 가격이 왜 올랐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009년으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을 파악할 때 2009년은 흥미로운 기간이었다. 높은 집값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파트 가격은 하락 추세를 보인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월11일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린 집값 작전세력 근절 대책회의에 참석해 회의 전 부동산 시장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거래량, 최근 16개월래 최대치

특히 2008년에 집값 하락 폭이 컸다. 강남 은마아파트 실거래가격을 보면 당시 상황을 더욱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007년 은마아파트 실거래가격은 11억원에 달했으나 2008년 7억원대로 하락한다. 1년 만에 집값이 30% 이상 하락했다. 지속 하락하리라 전망됐던 집값은 2009년 반짝 회복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7억원으로 하락한 가격이 다시 10억원 이상으로 상승한다. 가격이 상승하자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향후 집값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하락하면서 2014년 실거래가격은 7억원으로 돌아간다. 결과만 놓고 보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하락 기간에도 아파트 가격은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이유는 부동산의 본질적인 속성에 있다. 부동산은 다른 상품이나 자산과 비교해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일반적인 상품과 부동산을 비교하면 투자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사용하고 소비하는 상품을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 명품 가방을 투자 목적으로 산다고 하지만, 대다수 상품은 사용 목적으로 매입한다.

반면, 부동산은 주식처럼 투자 목적으로 사고판다. 물론 부동산이 주식(투자상품)과 다른 점도 있다.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주주총회 등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 바로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강남아파트는 곧바로 입주해 거주할 수 있다.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이나 자산으로는 부동산이 거의 유일하다. 이러한 독특한 성격 때문에 수요와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기가 어렵다. 그때그때 상품의 성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할 때 현재 부동산의 사용가치가 주목받고 있는지, 혹은 투자가치가 주목받고 있는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금리가 인하되고 유동성이 확대되면 부동산에 대한 사용가치보다 투자가치가 더욱 주목받는 시장이 온다. 반면, 경기가 침체하면 부동산에 대한 투자보다 사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시장이 전개된다.

그렇다면, 부동산에 대한 성격이 바뀔 때 가격 결정은 누가 하게 될까. 부동산에 대한 사용가치가 주목받을 때 가격 결정은 공급(매물)자가 하게 된다. 마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마트에 가면 가격표가 이미 다 붙어있다. 이 같은 상품은 가격을 생산자나 공급자가 결정한다. 안 팔린다고 해도 공급자가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투자가치가 더욱 주목받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투자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싶다. 주가는 대부분의 경우 매수가 움직인다. 좋은 뉴스가 나오면 주식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가가 상승한다. 사는 사람이 없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2009년으로 돌아가보자. 글로벌 금융위기와 높은 집값 부담으로 인해 부동산은 사용가치가 더욱 중요해진 시장이었다. 사용가치 측면에서 가격이 하락하자 실수요자가 매수하면서 가격이 반등했다. 그러나 가격이 다시 회복하자 사용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수요는 다시 줄어들었다. 반면, 집을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경기 불안에 따른 우려로 매물을 지속 증가시킨다. 주택 가격이 2014년까지 상승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다. 결국 사용가치가 주목받았던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으로 수요가 회복될 때는 가격이 회복됐고, 이 8년 동안은 매물이 가격을 결정했던 기간이었다.

반면, 2015년 이후 부동산은 점점 투자가치가 주목받는 시장으로 바뀌게 된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갭투자가 증가하고 금리 인하로 투자 목적 수요가 확대된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치가 주목받았던 기간에는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따라서 투자 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 투자 수요는 실수요와 다르게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용하려는 실수요는 가격이 상승하면 사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투자 수요는 가격이 상승할수록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사용가치와 투자가치 비교해야

정리해 보자. 1. 부동산은 거주(사용)할 수도 있고 투자도 가능하다. 2. 시장 상황에 따라 부동산 특성 중 사용가치가 주목받기도 하고 투자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기도 한다. 3. 투자가치가 중요한 시점에는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4. 사용가치가 중요해지는 기간에는 공급(매도 물량)이 시장가격을 변동시킨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금리가 인상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커진 가계대출 규모로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가격 하락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부동산은 사용가치가 주목받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집값 회복은 가격이 하락하자 사용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그에 따라 실수요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일으킨 변화다. 가격이 상승하면 실수요는 줄어들면서 거래량은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세가격 하락과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집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매물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용가치가 중요한 시점에는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다가 2009년 일시적으로 회복하자 사람들은 또 ‘집값 불패’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속성 관점에서 2009년 가격 회복은 가짜였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 변화를 읽고 진짜와 가짜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호흡을 길게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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