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 혁신위에 커지는 ‘이재명 사퇴론’…후임 물색도 난항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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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사태’로 꼬여버린 혁신…이상민 “이재명부터 사퇴해야”
새 혁신위원장 임명에 부담 가중…혁신위 무용론도 제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5일 혁신위원회 수장으로 임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불과 9시간 만에 사퇴하면서 적잖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당장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만큼, 새로운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는 데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이래경 이사장을 야심차게 임명했다. 하지만 ‘천안함 자폭’ ‘푸틴 옹호’ 등 과거 발언과 2019년 ’이재명 지킴이‘ 활동 등이 논란이 되면서 이날 저녁 이 이사장은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사퇴 의사를 수용하고 새 혁신위원장 인선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애써 덤덤한 모습을 보였지만, 부실 검증 논란과 구체적인 후임 인선 계획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한 채 자리를 떴다.

당장 비명계에선 이 대표 책임론을 꺼내들며 공세를 키우고 있다.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 이사장을 인선했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를 향해 이 이사장 인선 과정을 투명하게 소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태를 “졸속, 부실 인사 참사”라고 규정하며 “(임명 과정에서)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됐던 상태가 바로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 결함”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 아닌 비대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정치권에선 이미 ‘이래경 리스크’가 휘몰아친 만큼, 차기 혁신위원장 인선에 상당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번 이 이사장 임명 전에도 당 지도부는 인물난 속에서 2주 넘는 시간을 소요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이 ‘친명’ 성향을 띠어 더욱 비판을 받았던 만큼, 새 위원장은 과거 행적과 성향 면에서 훨씬 더 엄격한 검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인선마저 실패한다면 이재명 체제의 존립 자체가 크게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당내에선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에서 새 위원장 후보를 추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내부 인사가 혁신위를 맡아야 당 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 리더십도 단단히 세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원외에서 후보군을 찾는 일이 쉽지 않고,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나 행적 등을 검증하기도 까다로울 거란 시각도 있다.

혁신위가 첫 발도 떼보기 전 삐걱거리며 당내 갈등을 노출한 만큼, 당 안팎에선 이미 혁신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이사장 낙마로 혁신위 출범이 또 한 번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당의 위기 분위기만 장기화할 상황에 놓였다. 비명계 한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당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주당이 혁신위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고민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재명 당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본질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혁신위원장에 누구를 데려다 놔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며 그나마 지금의 당을 봉합할 유일한 방안은 비대위 전환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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