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에 주먹 ‘풀스윙’ 하고 사라진 男, 경찰은 ‘미제 처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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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배회하던 피의자, 주먹과 발로 문 파손 뒤 택시 타고 사라져
경찰 “추적 어려워” 관리사무소 ‘나 몰라라’에…피해자 “불안”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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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 한 아파트단지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아파트 문을 파손시키고 사라지는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확인 결과 남성은 집주인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범행 뒤 아파트단지를 배회하다 택시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한 달 가량 수사를 벌였으나 추적이 어렵다며 ‘미제 사건’으로 처리, 피해자가 불안에 떨고 있다.

경기 남양주 별내역 힐스테이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4월9일 자정, 회사 회식을 마친 뒤 귀가했다. 다음 날 외출하려던 A씨는 현관문이 움푹 파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관문에는 누군가 수차례 발길질을 한 듯 발자국도 여러 개 찍혀있었다.

A씨가 인터폰 영상을 확인한 결과, 전날 밤 신원 불상의 한 남성이 현관문을 수차례 두드리고 문을 가격하는 영상이 녹화돼 있었다. 흰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남성은 현관문을 수 초간 노려본 뒤 있는 힘껏 문을 가격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남성은 주먹에 상처를 입은 듯 주먹을 매만지며 승강기를 타고 내려갔다.

지난 4월9일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단지에서 한 남성이 아파트 현관문을 파손하고 사라지는 범죄가 발생했다. ⓒ시사저널
지난 4월9일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단지에서 한 남성이 아파트 현관문을 파손하고 사라지는 범죄가 발생했다. ⓒ시사저널

영상을 확인한 A씨는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처음에는 층간 소음 범죄를 의심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피의자는 거주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는 범행 당일 단지를 배회하다 A씨 현관문을 가격한 뒤 택시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녹화된 영상도 있고 택시 탑승 위치까지 확인된 상황. 그러나 수사를 진행한 남양주북부경찰서는 한 달 가량의 수사 끝에 최근 해당 건을 ‘관리미제’로 처리했다. 사실상 더 이상의 수사는 어렵다는 의미다. 담당 수사관은 A씨에게 ‘주변 CCTV 등이 미비해 택시번호를 알 수 없고 혈흔이 없는 접촉은 DNA 채취도 어렵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200만원 가량의 수리비만 떠안고 불안에 떨고 있다. 힐스테이트 별내역 관리사무소는 이 같은 ‘묻지마 사건’에 대비한 보험가입은 되어있지 않다며, 보상방안도 없다고 A씨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도 관리사무소도 별 일 아니라는 듯 넘어갔지만 피의자가 만약 내가 집에 있을 때 찾아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부모님께서 집에 계셨다면 사건이 어떻게 비화됐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도 움푹 파인 문을 볼 때마다 ‘묻지마 범죄’가 발생할까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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