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품에 안은 한화가 가야 할 ‘NEXT’ [권상집의 논전(論戰)]
  •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3 13:05
  • 호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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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연결하는 방산 밸류체인 완성…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 역할 더욱 중요해져

한화그룹은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재계 서열 7위의 대기업집단이다. 하지만 한화 브랜드는 소비자나 대중에게 여전히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다수의 대기업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진행하는 데 비해 한화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좀 더 무게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최근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B2B 영역을 B2G(기업·정부 간 거래)로 본격 확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한화그룹 본사 사옥 ⓒ시사저널 최준필

한화는 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을까

대우조선해양은 5월23일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사명을 한화오션(주)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2008년부터 1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 관심을 보였던 한화그룹이 마침내 국내 빅3 조선소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5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출자해 한화오션 주식의 49.3%를 확보하며 대주주에 등극했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8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조선 업계 빅3 기업이지만, 어떤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창출했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대우조선해양은 주력 분야인 선박과 해양 플랜트, 시추선보다 워크아웃과 공적자금 논란으로 대중에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이 논란 많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한화그룹이 가야 할 미래 전략에 있다. 한화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육지, 바다, 하늘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초대형 방산업체를 그리고 있다.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만들었으며 2016년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합병해 육지와 하늘에 관한 방산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한화그룹은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꾼다. 삼성과 두산을 통해 육지와 하늘에 대한 방산체계는 갖췄지만 바다에 대한 방산체계를 갖추진 못한 한화가 관심을 보인 기업이 바로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군함 시장에서 25.4%의 점유율, 잠수함 시장에선 97.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상선보다 특수선사업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역량이 집결된 분야다.

한화는 이제 육·해·공으로 연결되는 방산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지난해 미국 국방매체 디펜스 뉴스가 집계한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서 한화그룹은 매출액 47.8억 달러로 30위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액까지 합하면 한화의 방산 분야 매출액은 100억 달러를 돌파한다. 한화의 롤모델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매출액은 644.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한화는 록히드마틴의 6분의 1까지 근접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방산 분야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타이밍도 나쁘진 않다. 최근 5년간 무기 수출국 실적에서 한국은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진보, 보수 정부 가릴 것 없이 K방산의 역량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K방산은 타 국가보다 빠른 납기와 탁월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안보 불안과 안보 강화 추세는 한화에는 악재가 아닌 호재 이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4월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판 록히드마틴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한화의 성장과 역사는 M&A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1985년 정아그룹 인수, 1999년 대림그룹과 유화사업 빅딜, 2002년 대한생명 인수, 2014년 삼성의 4개 화학 및 방산 계열사 인수,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한화는 10년 주기로 선제적인 M&A를 통해 성장과 도약을 이뤄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0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A에서 참가는 의미 없으며 반드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회장의 승부욕이 드러나는 단면이다.

한화의 한 축인 금융 밸류체인(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을 김승연 회장이 이뤄냈다면 또 다른 축인 방산 밸류체인 완성은 김 회장의 장남이자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뤄내는 형국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 한화의 미래 사업인 신재생에너지, 항공, 방산을 총괄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거침없는 승부사라면 김동관 부회장은 논리적인 분석가에 가깝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 체제에 접어들며 기존 금융이나 유통·서비스에서 방산을 위주로 한 우주항공, 에너지, 조선 등 중후장대한 영역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이 중후장대 영역의 아킬레스건으론 두 가지가 손꼽힌다. 첫 번째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 두 번째는 항상 노사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 걸림돌은 한화의 도약과 다음(NEXT)을 위해 반드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한화는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이슈와 에너지 위기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안보와 에너지는 어떤 형태로 전환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분야다. 한화가 육·해·공으로 확장하려면 불확실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참고로, 한화가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등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상선 대비 17%도 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조선업은 건설업 못지않게 노사 갈등이 빈번한 산업 중 하나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지금까지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해에도 단식농성 등 회사와 갈등을 빚었다. 과거처럼 김승연 회장의 카리스마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외부의 안보 갈등, 내부의 노사 갈등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관해 슬기롭게 균형추를 맞춰야 한다.

한화그룹은 B2C, B2B, B2G를 모두 아우르는 독특한 기업이다. 소비자, 기업, 정부와 끊임없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해온 한화는 이제 노동자와의 우호적 관계도 고민해야 한다. 내부를 다스리지 못하면 외부 변화를 관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화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해외로, 육지에서 하늘과 바다로 확장을 거듭해 왔다. 이제 노사 이슈 등 내실을 기해 확장할 타이밍이다. 한화의 NEXT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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