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낙마’ 후폭풍, 비명 ‘쿠데타’ 초읽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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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독단·사당화’ 논란에 책임론 확산
비명계 세력화 조짐…친명계 이탈 조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내 입지가 위태로워진 모양새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 끝에 사임하면서다. 이 대표가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퇴진론’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할 시 중도층 표심에 민감한 서울‧수도권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도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힘을 실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 참석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 참석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래경 낙마 후 ‘혁신위 불신론’ 팽배

이재명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위원장 선임 관련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당대표가 권한을 가진 만큼,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냐’, ‘사과를 할 계획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가 침묵하는 가운데 당내 논란은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비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가 이른바 ‘친명 혁신위’를 무리하게 구성하려다 ‘인사 참사’를 낳았다는 주장에서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혁신위 구성 과정, 임명 기준 등을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 소장파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어떻게 이재명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혁신위원장은 지도부 체제의 문제를 전제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인 만큼, 선정 경위부터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불만이 표출하는 양상이다.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임) 전날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로 최고위원들이 간담회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혁신위원장을 이 이사장으로 한다 이 말을 최고위원들이 전부 다 처음 들었다”며 최고위원들은 이 이사장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협의없이 ‘독단’으로 혁신위원장을 선임했단 얘기다.

그는 인사검증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니 다소 과격한 표현들은 있는데 크게 문제는 아닐 거 같다’ (인사 배경을 설명하며) 이 정도의 표현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 설치는 최고위원의 인준 사항인데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서 당대표가 임명하는 것이고, 어쨌든 당대표 권한”이라면서도 “인사 참사인 건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명계가 목소리를 키우자 친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비명계의 반발을 ‘쿠데타’에 비유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압도적 당심을 업고 당선된 이 대표를 비명계가 혁신위 위기를 구실삼아 ‘마녀사냥’ 하려 한다는 의심에서다. 이에 친명계 일각에선 차기 혁신위원장 역시 ‘친명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혁신위원장 같은 경우 당에서 바로 반발이 나온다. 이유가 뭐냐 하면 대선 때 이재명을 지지했다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혀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재명을 지지했기 때문에 (혁신위원장은) 안 된다. 이건 달나라 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명계도 이탈 조짐? “이대로면 총선 위험”

일각에선 혁신위발 민주당 내홍 전선이 ‘친명 vs 비명’을 넘어 ‘수도권 vs 비수도권’, ‘쇄신형 혁신론vs 관리형 혁신론’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당초 이재명 대표 편에 섰던 서울‧수도권 지역구의 친명계 의원 중 일부도 이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면서다. 이들은 향후 민심이 악화하면 이 대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지금의 당의 위기는 ‘이재명’ 한 명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그것은 도를 넘는 주장”이라면서도 “다만 혁신위라는 게 왜 필요해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득점보다 실점이 많으면 선수를 기용한 감독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원내관계자도 “이 대표가 조금 더 큰 그림(차기 대선)을 그린다면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래경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차기 혁신위원장 인선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외에서 후보군을 찾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후보자의 과거 발언, 경력, 성향 등을 검증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이 대표가 차기 인선도 실패한다면 혁신위뿐 아니라 ‘이재명 체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 이사장의 경우) 친명계 인사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혁신위가 총선을 앞두고 당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번에 드러난 임명 과정을 보면 혁신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확실한 친명계 사람 중 (혁신위원장을) 뽑으려 하니 인재풀이 좁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과연 ‘처럼회’ 등 강성 친명들을 정리하려는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데려와 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이 대표가 ‘내 체제’를 유지해달라는 건데 그 자리를 누가 맡겠나. 민주당으로서는 혁신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만, 진짜 혁신은 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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