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쌍용차 신차 출시를 알리는 보도에서 잇따라 임영웅이 부각됐다. 이것이 기이한 사건인 이유는 임영웅이 현재 쌍용차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방영 직후인 2020년 쌍용차 모델을 했었다. 어느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기사에서 3년 전 모델을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신차 소식을 전하는 한 보도에선 임영웅 사진이 두 장이나 나오고, 신차도 ‘임영웅차’의 후속이라고 표현되며 임영웅이 마치 현역 모델인 것처럼 부각됐다. 임영웅이 쌍용차 모델을 했을 당시 워낙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었고, 지금도 임영웅을 내세울 때 크나큰 파급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쌍용차 현역 모델 아닌데도 부각
쌍용차는 2020년에 벼랑 끝 위기 상황이었다. 그때 남은 역량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하며 임영웅을 내세웠다. G4 렉스턴의 모델이자 화이트 에디션 1호차 주인공으로 임영웅을 선정한 것이다. 바로 그달에 G4 렉스턴 판매대수가 전월 대비 53%나 증가했다. 임영웅의 모습이 담긴 자동차 홍보 화보가 중고시장에서 1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장이 일었다. 당시 쌍용차 관계자는 “광고 론칭 후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했고 추가 계약까지 진행됐다.
이후 고난을 딛고 인생역전에 성공한 임영웅처럼 존폐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부활하고자 하는 쌍용차의 바람을 담아 ‘올 뉴 렉스턴’을 출시했다. 임영웅의 신곡 《히어로》도 공동 작업했다. 임영웅이 《히어로》를 부르며 올 뉴 렉스턴을 소개한 쇼케이스는 표가 1분 만에 매진됐고, 3만1000명이 유튜브 동시 접속하면서 사전 판매로만 3800대를 돌파했다. 당시 임영웅을 내세운 쌍용차 홍보 영상들은 수백만 뷰를 가볍게 달성했는데, 그때 쌍용차와 함께 작업했던 ‘히어로(HERO)’ 영상이 최근 유튜브 조회 수 3000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정도 역대급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3년 전 모델이 아직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어느 상품이든지 임영웅이 광고하면 바로 ‘임영웅 OOO’이란 이름으로 보도된다. 임영웅이 모델로 활동하는 기간엔 그 회사와 관련한 어떤 기사에서든 임영웅을 내세우곤 한다. 예를 들어 임영웅이 청호나이스 모델을 했을 당시, 청호나이스가 해외 행사에 참여한다든가 그 어떤 활동을 해도 ‘임영웅 정수기의 그 회사가 이런 활동을 한다’는 식으로 보도되기 일쑤였다. 회사에서 보도자료를 뿌릴 때도 임영웅을 내세우고, 보도자료와 상관없이 매체가 자체적으로 보도할 때도 임영웅을 내세울 때 조회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임영웅 언급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많이 언급된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청호나이스에서 임영웅 커피머신으로 불린 ‘에스프레카페’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판매량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도 놀라운 수준이다. 청호나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임영웅 광고’ 콘텐츠의 누적 조회 수는 5000만 회 이상이다.
보통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자사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출한다. 시청자는 광고 시청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광고 영상을 보여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임영웅을 내세우기만 하면 수많은 국민이 스스로 광고 영상을 찾아서 보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한 인지도 상승,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는 당장의 판매량 증대 효과 이상으로 거대하다. 최근엔 임영웅이 출연한 본죽 CF ‘이 시대 모두의 영웅들을, 응원해!’ 영상이 조회 수 1600만 회를 넘어섰다. 해외에서 막대한 클릭이 일어나는 한류 아이돌이 아니고는, 국내에서 이 정도 조회 수를 일으키는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청호나이스는 최근 임영웅 광고 기간 종료 후 차기 모델을 선정하지 않았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국내에서 임영웅을 대체해 기용할 만한 모델이 없다 보니 모델 없이 제품 비주얼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놀라운 기록이 많다. 임영웅이 세정 웰메이드 광고에 나서자, 그가 광고 속에서 입은 셔츠 판매량이 510% 증가했다. 웰메이드 측은 아예 자사몰에서 ‘트롯 영웅 스타일 기획전’을 열었다. 임영웅이 매일유업 모델이 되자 그 광고 영상이 두 달 만에 천만 영상이 됐고,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서 임영웅 광고 커피 매출이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OTT·PC방 업계까지 점령
티바두마리 치킨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브랜드였는데 임영웅 광고 이후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원래 인스타그램 언급량이 미미했었는데, 단 3개월 만에 치킨 업계 전체 1위가 된 것이다. 치킨 업계에선 한류 스타급 빅모델을 많이 쓴다. 그 속에서도 임영웅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일반 치킨 브랜드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에서 광고모델 관련 게시물 비중이 6~7% 수준인 데 반해, 티바두마리 치킨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임영웅 관련 비중은 무려 70%에 달했다. 임영웅이 혼자서 티바두마리 치킨 인지도를 ‘멱살 잡고 끌어올린’ 셈이다.
요즘 OTT 업계에선 넷플릭스 등 해외 OTT와 티빙 등 국내 OTT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도 임영웅의 영향력이 나타났다. 티빙이 임영웅 콘서트를 생중계하자 일간활성사용자수(DAU)와 신규 설치 기기 수가 급증한 것이다. 당시 역대 티빙 라이브 생중계 중 가장 높은 유료 가입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시간 시청점유율은 96%까지 치솟았다.
임영웅 공연에 PC방 업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2022년 7월7일 임영웅 서울 공연 표 판매가 시작되자 전국 PC방 가동률이 상승한 사건이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그날 오후 8시 기준 전국 PC방의 PC 가동률은 31.18%로 하루 가동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주 동일 동시간대 가동률에 비해 3.11%포인트, 10%가량 높아진 수치였다. 임영웅 공연 표 판매에 동시 접속이 80만 트래픽을 넘어서면서 표 구입 경쟁이 극에 달하자, 일부 구매자가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이라면 혹시 표 구입이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PC방에 모여든 것이다. 그때 공연이 서울 공연이었기 때문에 서울·수도권 PC방만 따로 집계하면 가동률 상승 폭이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영웅이 시축에 나서자 K리그 역대 유료 관중 기록이 깨져 축구계가 놀라기도 했다. 이 정도면 국내에선 가히 초현실적 수준의 영향력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스타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