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해충돌 소지 주식 “팔았다”더니 배우자에게 넘기기도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07:35
  • 호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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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99명 주식 전수 분석]
김희국 의원, 지난해 문제 지적받자 “이미 매각” 밝혀…매각 않고 배우자에 ‘양도’
다른 이해충돌 소지 의원들도…“직무관련성 심사 후 처분” 해명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관련 논란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 및 거래에 대해서도 더욱 엄격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이 21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의 주식 보유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의원 혹은 그 직계가족이 상장·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다수가 임기 중에도 주식을 통해 투자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부 의원은 자신의 직무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절반 이상이 주식 보유…최고액은 안철수 1240억원어치

시사저널은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토대로 의원들의 주식 보유·거래 내역을 살폈다.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들은 취임 시 부동산·주식 등 재산 보유 내역을 신고하게 돼있고, 매 1년마다 변동사항에 대해서도 신고해 공개하게 돼있다. 5월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은 국회의원과 장관 등 고위공직자가 재산신고를 할 때 가상자산도 포함해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올해 공개된 재산신고 내역은 2022년도 말 기준 각 의원의 보유 부동산·주식·예금 등의 양, 종류, 가액 등 현황과 지난해 공개된 2021년 재산 내역으로부터 얼마나 변동사항이 있었는지 등을 담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고위공직자가 주식과 가상자산 등을 보유하는 게 완전히 제한돼 있진 않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 본인과 그 이해관계자(직계가족) 모두가 보유한 주식의 총 가액이 3000만원을 넘게 되면 그 시점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정해 놓았으나 공직자가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직무와 보유 주식 간 직무상 연관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직자들이 ‘마음껏’ 주식과 가상자산 등의 투자행위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고위공직자들의 주식 거래·투자행위 등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법적으로 의원이나 공직자는 영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면서 “완전히 차단할 수 없으니 스스로 신고하고 이해충돌을 피하도록 소극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지, (투자행위를) ‘해도 된다’고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남국 의원 사례와 관련해서도 지적되고 있듯 국회의원의 경우 각종 미공개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각종 이권과 관련 로비에도 노출돼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석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에 본인 혹은 가족이 소액이라도 상장 혹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15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보유 주식의 총 가액이 가장 높은 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자신이 창업한 안랩 주식을 1240억원어치 보유했다. 다음으로는 443억6000만원가량의 이진주택 비상장주식을 갖고 있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진주택은 전 의원의 가족회사다. 전 의원은 역시 가족과 함께 차린 동수토건이라는 회사의 주식도 500억원 넘게 보유했다가 지난해 백지신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주식을 보유한 의원 대다수는 자신 혹은 가족 등 이해관계자의 회사 비상장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의원의 비상장주식 보유는 더욱 민감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주식은 직접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보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원이 의정활동을 위한 권한을 이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악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보유한 주식 외에도 본인 혹은 가족이 지난해에 새롭게 주식을 매수했다고 신고한 의원도 73명으로 집계됐다. 당별로는 민주당 44명, 국민의힘 29명, 무소속 3명이다. 그중에서도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다날 3000주, 이브이첨단소재 3000주, 비덴트 2800주, 에코프로비엠 820주 등 상장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 일부를 매도했음에도 보유 주식 가액이 2021년 2억8413만원에서 2022년 5억396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점이 눈에 띄었다. 김홍걸 무소속(6월8일 기준·민주당 복당 신청 상태) 의원은 배우자와 장남이 하이브 주식을 각각 671주, 126주 새롭게 매입하면서 배우자와 장남을 합쳐 가액이 1억3000가량 증가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김희국 의원 측 “심사 대상 아니라는 답변 받아”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일부 주식을 매도하고 솔루스첨단소재, 해성디에스, 셀트리온헬스케어, 테슬라 등 약 2억원가량의 상장주식을 새롭게 매수했다. 기존에 보유 주식이 없던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가 5800만원가량의 네이버 150주, 셀트리온 200주를 매수했고, 같은 당의 홍익표 의원도 배우자가 각종 상장주식을 3000만원어치 새롭게 사들였다.

외국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백지신탁 심사위에 따르면 외국 주식은 매각 혹은 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수의 의원과 그 가족이 외국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본인과 배우자가 알파벳A(구글) 600주, 테슬라 800주 등을 새롭게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서비스되는 다수의 외국기업도 공직자의 직무와 연관성이 생길 수 있으며 외국 주식에 대한 투자행위만 예외적으로 용인되는 것도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의 소속 상임위와 보유 주식 간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례도 매번 논란이 돼 왔다. 지난해 10월에도 국방위 소속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방위산업 관련 주식을 2억원 넘게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백지신탁 심사위 역시 국회의원의 주식에 대해선 소속 상임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문제는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이해충돌 소지가 충분히 있어 보여도 심사위에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외국기업의 주식 등 아예 심사를 하지 않는 주식들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수 분석에서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는 주식을 의원들이 보유하는 경우가 일부 발견됐다.

주택·토지·건설·수자원 등 국토 분야와 철도·도로·항공·물류 등 교통 분야를 다루는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자 국토부 차관 출신이기도 한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배우자에게 그대로 양도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공개된 2021년 재산신고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주식 3만5887주를 보유했다고 나왔는데, 이 기업은 도로·철도·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어서 이해충돌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언론 등을 통해 받았다. 지난해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이미 매각한 주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재산신고에서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던 해당 주식 전부가 배우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6월7일 통화에서 “맥쿼리인프라 주식에 대해 백지신탁 심사위에 직무관련성 심사를 요청했지만 심사를 하지 않는 종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물어오는 분이 많아서 배우자에게 양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매각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국토위에 속한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건설·조선업체인 한진중공업(HJ중공업) 주식을 1만6804주(6500만원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행정안전위에서 국토위로 상임위를 옮겼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상임위 이동으로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은 후 주식들을 처분했으나 재산신고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임위 중에서도 경제 분야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기획재정위원회(재정·경제정책), 정무위원회(금융·공정거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산)는 직무관련성이 더 폭넓게 인정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즉 주식 보유에서도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러한 상임위 소속 의원 중에서도 3000만원 이상 주식을 유지하고 있는 의원이 일부 있었다. 기재위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동작을)은 배우자가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주식을 5800만원가량 보유했으며, 예결특위 소속으로는 박정 민주당 의원이 본인과 배우자가 합쳐 150억원에 달하는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박 의원의 비상장주식은 자신이 만든 박정어학원을 비롯해 렌터카, 보험 관련 업체 주식이다. 

정무위 소속이자 예결특위에서도 활동하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KB금융 349주, 삼성전자 139주, 현대해상 376주 등 정무위 업무와 이해충돌할 수 있는 금융·대기업·보험사 관련 주식 8400만원 상당을 보유하는 것으로 재산신고상 나타났지만, 김민철 의원과 마찬가지로 재산신고 이후 주식들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지웅 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 등을 해봐도 백지신탁 심사위가 제대로 심사하고 있는지는 완전히 깜깜이다. 오히려 의원들에게 ‘당신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면죄부를 주거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특권을 주는 그런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외국 주식이나 투자회사 주식 등도 직무관련성이 존재할 수 있는데 아예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소속 상임위만을 놓고 직무관련성을 따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미공개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 등은 어떤 분야에서든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 외 다른 분야와 관련한 입법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도 하다.

 

“예외 없는 매각 혹은 백지신탁 필요” 주장도

고위공직자들이 예외 없이 모든 주식에 대해 의무적으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심상정 의원 등 의원 13명은 국회의원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 모두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이해충돌 여부와 관계없이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지웅 변호사도 “경실련은 공직을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 3000만원 이상 주식에 대해선 의무적으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주식 보유에 대해 백지신탁 의무 제도 등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우리 사회가 점점 공적인 것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방향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법과 제도로 견제하기도 어렵고, 도덕성과는 너무 먼 무방비 상태”라며 “임기 내에는 적어도 의원 자신이 가진 주식에 대해선 전부 백지신탁하는 등의 엄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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