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거리는 집값, ‘바닥 다지기’인가 ‘데드 캣 바운스’인가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3 07:35
  • 호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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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금리 안정화되고, 주담대․거래량은 늘고
다시 꿈틀거리는 집값에 바닥 논란 거세져

집값 바닥 논란이 뜨겁다. 릴레이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차갑게 식었던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파트 거래량과 실거래가격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주요 인기 단지의 급매물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의 경우 매매가가 수억원씩 올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우선 눈에 띈다. 1월에 1.1% 뛰더니 2월 1.95%, 3월 1.61%, 4월 1.22%로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4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5.9%에 이른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3.14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월 -2.17, 3월 -0.45, 5월 0.1로 계속 오르고 있다.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 4월까지 5.9%

가격 회복과 함께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실거래 건수 기준으로 2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1000건을 기록했다. 1월 대비 76%나 증가한 수치다. 시간이 갈수록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다. 3월 거래량은 3만8900건으로 2월 대비 다시 26% 증가했다. 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나 ‘집값 불패’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값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조차 최근 분위기가 바뀌면서 말을 바꿀 정도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가격 추이를 살펴보자. 헬리오시티는 19개 평형, 9510가구의 대단지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모두 많아 부동산 시장 변화를 읽는 지표로 그동안 활용돼 왔다. 국민평형인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20억7000만~22억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잇달아 오른 4분기에 16억~18억원으로 거래가격이 낮아졌다. 올 1분기에는 15억원대 매물까지 등장했다. 4월 들어서면서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현재는 20억원 전후에서 실거래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급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면서 “과거 고점과 비교할 때 집값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래가 이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의 아파트값 반등이 이른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용어는 1980년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유래된 말이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데서 떨어지면 튕겨 오른다’는 뜻으로, 하락장에서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차갑게 식었던 주택 거래 움직임이 올해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올랐지만 실상은 과다 낙폭과 저가 매수 세력에 따른 데드 캣 바운스(일시적 반등)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벽산건설과 성원건설, LIG건영, 경남기업 등 저력 있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거나 법정관리에 돌입한 때였다.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비슷

당시에도 하락하던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회복하던 때가 있었다. 강남 재건축 대장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2007년까지 11억원에 거래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집값은 7억원대로 하락했다가 2009년 10억원대를 회복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였지만 결과적으로 2014년까지 집값은 오르지 않았다.

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는 “투자가치보다 사용가치가 더 주목받았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고, 실수요자가 매수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이후 사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다시 줄어들었다”면서 “현재의 부동산 시장 역시 투자가치보다 사용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다. 가격이 상승하면 실수요가 줄어들면서 거래량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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