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공생하려면 르네상스형 인간이 돼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1 12:05
  • 호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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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관련 논쟁의 혁신적 방향 제시한 《AI 빅뱅》

AI 대부이자 딥러닝 개념을 처음 고안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올 5월 AI의 위험성을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구글을 떠났고, 미국 의회에서 처음 열린 AI 청문회에서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통제되지 않은 AI가 세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발전 전망을 둘러싼 논쟁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데, 논쟁의 중심에는 올 3월 등장한 챗GPT-4가 자리한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선도하는 생성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그림, 언어, 음악, 영상을 생산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삽시간에 발전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압도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전문기술 분야와 학계, 일상에 가득하게 된 것이다. 과연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것인가.

AI 빅뱅│김재인 지음│동아시아 펴냄│388쪽│2만원

AI 빅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철학자로서 오랜 기간 과학기술 변화를 분석해온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논쟁의 구도를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가?’라는 지배 담론에서 ‘인간은 어떻게 기계와 공생할 수 있는가?’라는 대안 담론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를 한다. 김 교수는 최근 펴낸 《AI 빅뱅》을 통해 주어를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두고 사유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선보인다. 이로써 AI 발전을 둘러싼 대논쟁에서 놓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혼자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원리상 안 된다. 에이전트의 구조상 안 된다. 인간은 다르다. 문제도 제기하고 목표도 세운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과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이나 목표 성취를 위해 합리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에서 문제나 목표는 에이전트 바깥에서(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에 의해) 주어지는 데 반해 인간 지능은 문제나 목표를 스스로 정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김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원리를 통해 한계를 도출하고, 그 한계에서 인간의 고유함을 돌아볼 것을 주문한다. AI 빅뱅 시대를 역설적으로 인문학 르네상스로 보는 철학자의 시선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철학의 쓸모와 반등하는 인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인문학이 ‘비판 정신’을 간직하면서도 다양한 ‘문해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최근까지도 문·사·철(文·史·哲) 인문학은 ‘언어 문해력’만 강조했을 뿐 수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 디지털 등 ‘확장된 문해력’에는 무관심하거나 무능했다. 인문학의 갱신이 요청되는 이유 중 하나다.”

AI 빅뱅 시대에 걸맞게 확장된 인문학이 진정한 의미의 융합 교육이라고, 김 교수는 역설한다. 이 융합 교육은 분리된 것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분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융합 교육은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뿐 아니라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 등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인문, 예술, 과학, 기술 모두에 능한 ‘르네상스형 인간’을 길러내겠다는 지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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