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몬테네그로 야당 총수 후원” 폭로…총선판 ‘발칵’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6.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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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총리 등에 편지 보내…대형 정치 스캔들로 확산
몬테네그로 정치권, 특별검사실에 조사 촉구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유력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는 11일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몬테네그로 현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면서 현지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8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최대 일간지 ‘비예스티’ 등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 대표에게 최근 편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자필로 쓴 편지에 그가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스파이치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으로, 오는 11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를 비롯해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 특별검사실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의 폭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스파이치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권 대표 문제가 현지에서 총선 판도를 흔드는 대형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한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특별검사실에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에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몬테네그로 재무장관을 지낸 스파이치 대표는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스파이치 대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지금 유럽’의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해 조작된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건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드지치 장관은 오히려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당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권도형을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권도형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고도 했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히기 전, 세르비아에 머물렀다. 앞서 독일 언론매체는 권 대표 측이 베오그라드에서 구매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몬테네그로 국가안보위원회는 전날 특별검사실에 권 대표와 몬테네그로 정당 간의 관계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권 대표는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에 숨어 있다가 몬테네그로로 밀입국했다.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아무개씨는 3월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갖고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권 대표는 지난달 11일 첫 재판을 받았으며,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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