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는 정치의 피해자일까, 공정 해친 가해자일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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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콜택시 영업’ 논란 타다 이재웅 前 대표 등 무죄 확정
與 “국민 전체 권익 무시한 결과”…野내에서는 의견 분분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 혁신을 주저 앉혔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제시해 보라.”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

‘타다 서비스’는 모빌리티 혁신일까, 혹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꼼수일까. ‘타다’를 막아 세웠던 입법부의 결정은 공정을 위한 대의였을까, 발전을 저해한 구태였을까. 이 같은 질문을 둘러싼 논쟁이 국회를 강타하는 모습이다. 대법원이 타다 서비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다. ‘타다’를 세상에 내놓은 이재웅 전 대표가 국회에 반성을 촉구한 가운데, 여야뿐 아니라 ‘타다 금지법’을 주도한 민주당 내에서도 논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1일 오후 타다 로고가 붙은 자동차가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쏘카와 VCNC 법인도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
1일 오후 타다 로고가 붙은 자동차가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쏘카와 VCNC 법인도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

“불법 아냐”…타다 손 들어준 대법원

지난 1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쏘카의 자회사이자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 쏘카와 VCNC 법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해 이용하는 서비스다. 쏘카의 자회사이자 타다의 운영사였던 VCNC가 쏘카로부터 렌터카를 빌려 운전자와 함께 다시 고객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검찰은 타다 서비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금지된 ‘불법 콜택시 영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 전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대표 측은 타다 서비스가 여객을 운송하는 게 아니라 ‘기사 딸린 렌터카’ 개념이라며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가 이용자와 타다 간의 승합차 임대차 계약을 맺은 렌터카라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타다 서비스는 기존에 허용되고 있던 운전자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타다는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운전자를 알선해 자동차를 대여한 것이라는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이 무죄 확정판결을 내리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는 없어야 한다”며 “저의 혁신은 멈췄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혁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계속돼야 한다”고 적었다.

무죄가 확정됐지만 타다가 과거 영업 방식을 재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타다금지법’을 만들어 자동차대여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탓이다. ‘타다금지법’은 2019년 10월 검찰이 이 전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할 무렵 박홍근 민주당 지도부 주도로 추진됐다. 당시 정치권과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타다의 영업이 불법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여선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오른쪽)과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타다금지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선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오른쪽)과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타다금지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정쟁 넘어 민주당 ‘내분 기류’도 감지

‘타다금지법’이 추진된 지 4년, 이른바 ‘타다의 승리’는 ‘국회의 패배’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이에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제기됐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타다의 승소가 국회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라고 말했다. 타다 전직 경영진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은 데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실상 공개된 자리에서 반성문을 쓴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문화, 산업, 영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변했지만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민주당이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혁신성장을 키우는 비전을 제시하고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는 여전히 ‘타다의 혁신은 정의롭지 못했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타다의 서비스는 혁신이 아닌 법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였다는 주장에서다. 이에 이른바 ‘타다 반성문’을 두고 민주당 전·현직 원내대표 간 이견이 노출되는 모습이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12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원내지도부까지 나서서 느닷없이 ‘타다 반성문’을 언급해서 당혹스러웠다”며 “최근 당내 몇 분들의 주장은 저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일거에 폄훼하고 새로운 산업의 발목이나 잡는 집단으로 매도한 행위”라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시 타다의 시장 철수는 매우 안타까웠지만,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공정한 혁신을 촉진하도록 앞문은 활짝 열어주고 형평성 논란이 컸던 뒷문은 엄격히 정비하는 정책 입법적 선택지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사회적 대타협을 ‘과거에 갇힌 정치’라고 매도하고 폄훼하는 일은 입법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제시해 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야당 내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여야 청년 정치인들은 ‘국회 책임론’에 불을 댕기는 모양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민주당 소속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국회 역시 당장 계산되는 표를 위해 국민 전체의 권익을 무시하고 기득권과 각종 협회의 눈치를 보면서 혁신 대신 규제를 선택한 결과 ‘타다금지법’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면서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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