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작심 발언’ 역풍? 민주당 ‘체포안 방탄’ 막전막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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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돈봉투 받은 20명, 체포안 표결 참여는 불공정”
발언 직후 야당 의석서 고성과 야유…“굉장한 모욕감 느껴”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옆을 지나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뒷모습은 신상발언을 마친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옆을 지나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뒷모습은 신상발언을 마친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

“돈 봉투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여한다.”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관련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결’로 표심을 정했던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 한 장관의 발언에 분노, 표심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국회의원들에게 요청하며 “의원들의 실명을 직접 말하는 등 돈봉투의 조성·살포 과정이 마치 생중계되듯이 녹음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적나라한 물증들은 검찰과 무관하게 민주당 소속 이정근 씨 등이 당시 자발적으로 녹음했거나 작성했던 것이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육성이 포함된 것으로 검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했다”고 했다.

한 장관은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면서 과거 조합장 선거에서 30만원과 교통 편의를 제공하거나, 조합원에게 50만원을 전달한 일반 국민이 구속된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한 장관은 “범죄 사실 핵심은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그 범죄 사실에 따르면 논리 필연적으로 그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약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건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께서 이런 상황을 다 아시고 중요한 표결의 과정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 발언에 야당 쪽에서는 고성과 항의가 터져 나왔다. 한 장관이 사법부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민주당 전체를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한 장관의 발언에 가결로 표심을 정했던 일부 의원들도 표심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한 장관 발언 직후 진행된 투표에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찬·반 간 표차는 윤 의원이 6표, 이 의원이 23표였다. 

표결이 끝난 후 민주당 한 원내관계자는 “한동훈 장관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들이 굉장히 많았다. (당을) 돈 받은 범죄집단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라며 “(체포안 부결을) 당론으로 모은 건 아니었지만, (한 장관 발언 후)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두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낸 입장문에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유감”이라며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의 중대성과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계없이 전당대회 금품 살포 및 수수와 관련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은 심문 없이 윤·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게 된다.

검찰은 향후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달 5일 국회사무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29개 의원실의 국회 출입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윤 의원 등이 살포한 9400만원 외에 불법 자금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영길 전 대표의 개인 외곽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의 후원금이 경선 자금을 불법 사용된 정황을 포착해 이날 컨설팅업체 A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관련 조사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송 전 대표를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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