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때리기에 올인하는 尹의 ‘반대 정치’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6 16:05
  • 호수 17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의 능력 아닌 상대방 공격에 초점 맞추는 정치, 국민 지지 얻는 데 근본적 한계 드러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노동계는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 거론된 ‘김문수 책임론’을 일축하고 오히려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한국노총은 산하 금속노조 간부에 대한 경찰의 농성 진압 과정에 반발해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노조의 불법 폭력 시위를 불가피하게 진압한 일을 두고 노동탄압 운운하는 한국노총의 행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경찰은 5월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체포했다. 그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은 정글도로 경찰을 위협하며 저항했고 쇠파이프를 경찰에게 휘두르다가 경찰의 진압봉에 맞아 머리를 다친 채 체포됐다. 이런 충돌 상황이 벌어지면 ‘폭력 시위’냐 ‘과잉 진압’이냐를 다투는 광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사태가 종결되고 나면 냉각기를 거쳐 노정 간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실 분위기는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에 상관없이 아예 경사노위 모델을 재편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폭력·부패·불법’이 대통령의 인식

노조에 대한 그 같은 강경론의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흔히 김문수 위원장이 경사노위를 맡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반(反)노조 기조가 본격화한 것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반노조 기조의 중심은 김 위원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당초 윤 대통령이 극우 인사 기용이라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김 위원장을 임명했던 것 자체가 ‘노동개혁’에 관해 서로의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최근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법치주의에 입각해 노동개혁을 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으며, 역사에 남을 정도로 강력하게 잘하고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다.

노조에 대한 강경론을 선도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노조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다.”(2022년 12월21일), “(강성 노조의) 폭력과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2023년 2월21일) 윤 대통령의 노조 관련 발언들은 언제나 ‘노조=폭력·부패·불법’을 연상시키곤 한다.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노조에 대해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노조에 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 강경으로 치닫게 된 데는 이를 앞장서서 이끌어온 윤 대통령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부 강성 노조에 불법과 비리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겠지만, 노조 전체에 대한 과도한 매도는 정상적인 노조활동 위축까지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요즘 정부·여당의 또 다른 타깃은 시민단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이 넘겨준 공을 받아 시민단체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지난 3년간 지급된 9조9000억원의 비영리단체 국고보조금 가운데 6조8000억원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1조1000억원 규모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 사용 사례가 적발됐다는 것이다. 부정 사용이 확인된 금액은 총 314억원 규모로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거래 등 부정행위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 사업에 대해 보조금 환수, 형사 고발,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국민의힘은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를 발족하며 ‘시민단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위는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과 괴담 유포, 폭력 조장을 3대 민폐로 규정하며 이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사용해온 불법·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조사하고 법적 책임까지 묻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적으로 같은 편이었던 일부 시민단체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 방만하게 운영됐다면 이를 바로잡을 조치는 당연히 강구돼야 한다. 특히 정권과 가까웠다는 이유로 그런 부정이 묵인되거나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면 국고보조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도록 제도적 개선도 이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치들은 불법·비리가 있었던 시민단체에 한정해 책임을 물으면 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각 분야의 수많은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마치 시민단체 전부가 그런 개혁의 대상인 양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사회의 영역이 확장된 오늘의 사회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공익적 시민단체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칫 전체 시민단체가 매도당해 활동이 위축되는 분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여러 지역의 시민단체들에서 부당한 조사와 압박을 받고 있다는 항의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시민단체가 국민의 신뢰 아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은 오직 시민단체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 권력이 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 선진화’를 내걸고 자칫 시민단체 길들이기를 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될 일이다.

 

민주 정부와 국힘 정부, 돌아가며 적대 정치

요즘 정부와 여당에서 쏟아지는 말들을 듣노라면 노조와 시민단체는 온통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는 노조와 시민단체를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프레임 정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만들어 집중적으로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는 야당의 무기이지 집권 세력의 것이 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누구를 반대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신의 포지티브한 비전과 능력을 보임으로써 지지율을 높여 나가는 정치를 하는 것이 정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상대편 진영을 때리는 방법을 동원해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적대적 정치가 횡행해 왔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의 노조·시민단체 때리기를 비판하고 있지만, 돌아보면 지난 문재인 정부도 그러했다. 5년 내내 ‘적폐청산’을 내걸고 반대편 진영을 때리는 데 매달려왔던 것이 민주당 정부였다. 그러니 민주당 정부와 국민의힘 정부가 돌아가면서 같은 방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정부 시절 노조와 시민단체의 활동실태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문제들이 끼쳤던 영향에 비해 지금 그들에 대한 공격의 강도와 양이 과도해 보인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개입돼 있음을 읽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가져올 정치적 효과는 의문이다. 여권 세력이 노조와 시민단체 때리기를 본격화한 기간에 특별히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나의 능력과 신뢰가 아니라 상대편 때리기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누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사고로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