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포스트 이래경’, 누가 와도 가시밭길?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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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장 후보 정근식-김은경 2명 압축
이재명 고심 속 비명계 “혁신위 실효성 無”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후보가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명으로 압축됐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등의 막말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지 9일 만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르면 15일 새 혁신위원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혁신위의 역할, 권한 등을 두고 당내 잡음이 여전하다. 혁신위가 되레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14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명 중 1명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제3의 후보로 분류됐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정 교수와 김 교수의 SNS 게시글부터 재산 내역, 논문, 세평까지 꼼꼼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무명’에 가깝고, 정치색이 뚜렷했던 이래경 이사장과 비교해 두 후보의 이력에 큰 흠결이 없다는 게 정치권 내 중론이다. 정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역임했다. 당시 금감원 최초 여성 부원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 교수의 ‘정치력과 경력’을 높이 사는 이들과, 김 교수의 ‘젊음과 여성이란 상징성’을 호평하는 이들 간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탓에 혁신위원장 임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며 “준비 과정이라 이해하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차기 혁신위원장으로 누가 선임되든 내홍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혁신위의 문제는 ‘사람’이 아닌 ‘제한된 권한’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혁신위가 당 쇄신안을 의결하더라도 최고위·당무위·중앙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최고위·당무위·중앙위 모두 당대표를 구성원으로 포함하고 있다. 혁신위가 당대표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 지도부에서도 혁신위가 쇄신 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한적 권한으로는 혁신위의 존립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주장에서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지만, 혁신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최고위원은 “혁신을 적당히 눈 감아줄 국민은 이제 없다”며 “이번 혁신위는 총선 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비명계 일각에선 ‘이재명 퇴진’이 혁신의 첫 단추라는 거센 저항도 일기 시작했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구상 중인 당내 혁신기구에 대해 “혁신위원회가 뭘 할 것인지, 어떤 역할을 집중해야 하는지,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아무런 공감대가 당내에 없다”고 비판했다.

후임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 교수, 김 교수 등이 이른바 친문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며 “어느 분이 위원장이 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정확한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위원장의 권한 등이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핵심적인 목표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 공감대 없이 위원장만 선임해서 과연 뭘 어떻게 끌고 가겠는가”라며 “두 분이 다 교수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 당을 창당 수준으로 뒤바꿀 수 있는 혁신의 적임자일 수 있느냐, 그 추진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한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는 ‘이재명 사퇴론’에 대해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모든 걸 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진퇴에 대해 언젠가는 판단할 텐데 그 판단의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이 혁신을 위해 노력해도 현 지도부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기소 시 당무를 맡을 수 없게 했던 과거 혁신안을 깨면서까지 자리를 보전한 게 지금의 이재명 대표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 대표가 있는 한 민주당의 도덕적 쇄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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