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우크라이나 대반격설, 왜 시작부터 힘 빠졌나
  •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7 10: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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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전력, 러시아군 압도할 수준 못 되는 듯 
일주일 동안 “250m 전진” 그치기도

6월8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시작됐다. BBC와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남부 헤르손주와 중부 자포리자주, 동부 도네츠크주 등 최소 3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이번 반격은 많은 의문을 던진다. 첫째, 전력을 집중하지 않고 반격 지점을 분산한 이유가 아리송하다는 점이다. 둘째, 반격의 전술적 목표도 불분명하다. 셋째, 서방에서 제공받은 전차 등 지상군 장비의 운용법을 충분히 숙지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1주일이 지난 6월14일까지 나온 여러 전황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진격 속도도 더디며 장비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시에 나오는 전황 보도나 첩보는 모두 상대의 오판을 노리는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디스인포메이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전황으로 속단하기엔 이르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목표는 무엇일까. WP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4년 일방적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지난해 2월24일 이후 점령한 지역들을 포함해 현재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7%를 점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반격으로 점령지를 어디까지 수복하려고 하는 것일까. 일부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에서 러시아 전선을 뚫고 남부 아조프해까지 진출하려 한다고 전망했다. 그럴 경우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아조프해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AFP 연합
6월13일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도네츠크 지역의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 진지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FP 연합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초기 일주일간은 속 시원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6월14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월13일 자국군이 중부 자포리자와 도네츠크의 경계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500~1000m 정도 진격했으며, 이 지역에서 3㎦ 정도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이날까지 100㎦를 탈환했다고 말했다. 동부 바흐무트 전선에선 동북쪽으로 250m, 남쪽으로 250m를 전진했다고 발표할 만큼 실제 진격이 더디다. 

더욱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러시아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6월12~13일 중부 자포리자주 남부에서 야간 공격을 계속했지만 공격 속도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반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남부지역에서 소형 댐을 하나씩 파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네덜란드의 군사정보 사이트인 오릭스는 6월9일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투입한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중 3대가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파괴됐다고 전했다. 관련 영상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레오파르트2의 손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어하는 입장의 푸틴, 상대적으로 느긋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제대로 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미디어전에 직접 ‘참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월13일 자국의 전쟁 보도 기자와 블로거, 텔레그램 운영자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4개 방향으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어느 곳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재앙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반격 작전 중 서방이 제공한 장비의 25~30%를 잃었다”며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느라 서방의 무기고가 바닥났으며 그나마 재고가 남아있는 한국과 이스라엘도 곧 고갈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자국이 승리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은 전차 160대를 잃었지만 러시아는 54대만 손상됐고 일부는 수리가 가능한 정도의 (가벼운) 피해만 입었다”며 “전체 손실 병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10배에 이른다”면서 구체적인 숫자까지 동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군이 계속 진격 중에 있으며 몇 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연이어 중계식 발표를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지금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군사전략적으로 합리적이고 타탕한 결정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아군의 전력이 적보다 강하면 공세에 나서고, 열세면 방어에 집중한다는 ‘강공약수(强攻弱守)’는 전투의 기본이긴 하다. 손자병법에도 ‘적이 승리하지 못하게 하려면 수비하고, 승리하려면 공격하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압도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수백 대의 서방 전차와 장갑차 등을 확보했지만 이를 운용할 전술훈련을 충분히 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에 지속적으로 미국산 F-16 전투기를 비롯한 공중 전력을 요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가 지상군과 공군이 긴밀한 합동작전을 펼쳐 러시아군에 타격을 가할 능력이 있는지는 더욱 미지수다. 반격이 성급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반격 개시 이래 푸틴은 비교적 느긋한 모습이다. 러시아는 반복적인 공격에 따른 소모전, 시간 지연에 따른 지구전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을 소모시켜 세력 약화와 전의 상실, 그리고 서방의 지원 감소나 중단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 더 커져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위원회는 러시아군이 상대적인 병력 우위를 바탕으로 ‘인해전술(Human Wave)’을 시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해전술이라고 해도 과거 2차 세계대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소련군이나 6·25 전쟁 당시 중공군처럼 제대로 무장도 하지 못한 병력을 대거 투입해 희생시킴으로써 상대의 전력과 탄약 소모를 노리는 방식과는 다르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의 취약한 지점에 병력을 집중해 희생을 무릅쓰고 전선을 뚫은 후 후방으로 진출시켜 우크라이나군을 포위·섬멸하는 작전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기회로 삼아 오히려 ‘업어치기’를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러시아군 역시 병력과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평가돼 인해전술을 쓸 만한 전력이 있는지도 역시 의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선은 무려 800㎞에 이른다.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언제 어디에서 허를 찔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에도 전쟁이 쉽게 끝날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이유다. 러시아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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