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기대할 것 없어…이재명 사퇴가 민주당 혁신 첫걸음”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6 10: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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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민주당 ‘비명계’ 5선 중진 이상민 의원
“‘민심 불감증’이 빚어낸 ‘방탄’ 사태…한동훈 탓으로 돌리는 건 비겁한 태도”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非이재명)계’로 분류되며 이재명 대표 등 당 주류를 향해 끊임없이 쓴소리를 던지고 있는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윤관석·이성만 의원(민주당 탈당·현재 무소속) 체포동의안 부결로 촉발된 방탄 사태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 민심과 명백히 동떨어져 있고, 민심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6월14일 오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이 의원은 △고착화된 온정주의 △자기편을 무조건 비호하는 패거리 의식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진영 논리의 극단화로 인한 ‘민심 불감증’을 현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득권인 이재명 대표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선 이 대표의 퇴진만이 답이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시사저널 이종현
이상민 민주당 국회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혁신위, 이 대표 체제 보존 위한 술책으로 마련돼”

예상을 깨고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민주당이 국민 민심과 명백히 동떨어져 있고, 민심을 역행한 것이다. 노웅래 의원이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 사안(돈봉투 살포 의혹)의 경우 전 국민이 방송을 통해 생생한 녹취를 들은 것 아닌가. 국민이 상당히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다수의 정치인이 불체포특권 폐지를 스스로 공약으로 내걸었지 않나. 일관된 태도를 보이거나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국민들이 동의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돈봉투 수수 의혹 20명’ 거론 등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부결을 촉발했다고 주장한다. 

“그건 비겁한 태도다. 장관의 몇 마디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결정이 좌지우지되면 말이 안 되는 거다. 진짜 원인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축적되고 찌들어 고착화된 온정주의,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고 비호하는 패거리 의식, 상대를 악마화하는 진영 논리의 극단화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에 가려져서 민심을 날것으로 마주하는 것에 대해 둔감한 ‘민심 불감증’이 빚어낸 사태라고 생각한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 다시 ‘방탄 프레임’에 갇혔다. 

“당내 많은 사람이 ‘총선?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가 죽 쒀도 상대는 더 죽 쑤니까’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유일한 희망의 등대인 거다. 물론 상대도 이 대표와 민주당을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을 거다. 국민이 볼 땐 둘 다 절망적이다. 특히 우리 당은 지금 긴장이 없고 둔감하다. 절박함도 없다. 걱정하는 그룹은 매우 소수다. 그들 중에도 걱정의 감도는 다 다르다. 방금 언급한 민심 불감증으로 인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이 민심 불감증에 빠진 원인은 뭘까. 

“당대표부터 수사받고 기소된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당대표부터 ‘잘못한 거 없다’고 당당한데 다른 의원들이 뭐라고 말한다고 되겠나. 혁신위원회도 이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이 대표의 목도 칠 수 있을 정도의 강단 있는 리더십과 위원들로 구성이 돼야 한다. 그런데 위원장부터 이 대표 체제를 도로 강화시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또 하나의 이재명을 내세워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하기 위함이란 생각밖에 안 든다. 거기서부터 민심 불감증이 이미 다 퍼져 있는 것이다. 죄의식도 전혀 없다.”

혁신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혁신위에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 앞서 얘기한 대로 혁신위가 이 대표와 맹종파들 목에도 칼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인물이 임명될지 의문이고, 혁신위의 공간도 없다. 전권을 준다고 해도 법적 권한은 여전히 당대표 체제다. 위원장을 제대로 세워도 위원들에 자기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꽂으면 하는 수 없다. 그러면 배가 산으로 가는 거다. 애초부터 혁신위는 이 대표 체제를 보존시키기 위한 술책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이 대표의 퇴진이 답이라고 보나. 

“그렇다.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게 혁신의 첫걸음이다. 이 대표가 우리 당의 부조리를 아주 응축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의 미래 개척을 위한 공론화나 혁신의 물꼬를 틀 수가 없다. 이재명의 역설이 있다. 이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78%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로 선출됐고, 지금도 대선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다. 그로 인해 조금만 이 대표를 비판하면 이른바 개딸, 강성 지지자들이 문자폭탄이나 집단린치를 가해도 누구도 못 건드리는 것이다. 초선들부터 중진들조차도 이 대표가 잘못됐다는 걸 웬만하면 다 알지만, 내년 공천 등을 생각하면 얘기도 못 하고 그저 바짝 엎드려 있는 거다. 혁신이란 게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아프더라도 고통을 감내하면서 파괴의 과정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의 기득권은 이재명이다. 그러니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없이는 총선을 치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건 패배주의다. 대안부재라는 말도 하는데 박정희·전두환 시대에나 들어봤던 얘기다. 어느 특정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건 절대왕정, 공산당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겁박이나 다름없다. 민주정당에서 대안부재가 어디 있나. A를 뽑았다가 잘못하면 B로 교체해서 가면 된다. 공직은 전유물이 아니다. 이재명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맡을 수 있는 거다. 이재명의 대안이 부재한 게 아니라 이재명 때문에 민주당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거다. 이 대표가 물러나야 민주당이 구제받을 길이 열린다. 이재명이 없어도 안 망하는 당이 제대로 된 당이다. 맹종파에게 넘어가선 안 된다.”

 

“지금 다 당에 붙어있는 건 좋아서가 아니라 기득권 때문”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뭐가 가장 중요할까.  

“결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야당이나 여당이나 둘 다 뻔뻔하고 몰염치, 파렴치하니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계신다고 본다. 지금은 민주당의 굉장한 유능함이나 미래 전략 방안, 기막힌 정책,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상식이 필요한 때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책임지는 거다.”

당내 원심력이 계속 강해져 결국 총선 전에 분당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차라리 분당이 돼서 그 에너지를 가지고 결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선이 다르면 국민들에게 이쪽이든 저쪽이든 선택해 달라고 경쟁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본다. 그러면 국민들이 선택할 거다. 지금 다 여기(민주당)에 붙어있는 건 서로 좋아서가 아니라 기득권 때문이다. 거대정당이라는 움막이 따뜻한 거다. 오히려 그럴 만한 동력이 현재 없는 건 내부의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기득권이 나가려고 분출하는 에너지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바깥에서 신당 창당 선언도 이어지고 있는데.

“결국 키는 유권자, 국민들이 갖고 계신다. 저도 민주당 소속이지만 제3당, 4당, 5당을 꿈꾸는 사람들이 용기 있게 나서고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새롭고 건강한 정치 세력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양당에 고착화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의 고착화된 구조에선 정치적 서비스의 경쟁 없이 권력싸움만 있다. 신당들이 나와서 지금의 구조를 박살낸다면 양당도 정신을 차리고 회복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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