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김기현도, 이재명도 싫습니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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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지지율 35% 제자리…金‧李 부정 평가 압도적
‘안티’ 많은 여야에 ‘제 3지대’ 돌풍 가능성 주목

윤석열, 김기현, 이재명. 2023년 대한민국 정치의 ‘주연’은 단연 이 세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들에게 반기를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로에게 ‘칼날’ 같은 말을 던지며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 피의자란 이유에서다. ‘소주 한 잔’ 하자던 이 대표와 김 대표의 회동 계획도 감감무소식이다.

‘협치’가 사라진 시대, 민심은 이 세 사람에게 어떤 성적을 매겼을까. 현재로선 이들 모두 낙제점을 받아든 모습이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콘트리트 지지율’에만 기댄 채, 지지율 상승 모멘텀(기회)을 만들지 못하면서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성 정당이 한계에 직면하자, 정치권 일각에선 ‘제 3지대 돌풍’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尹지지율 제자리…김기현‧이재명 둘 다 ‘못 한다’

현 정치권에 ‘우등생’은 없다. 대통령도, 여야 대표도 모두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김남국 코인 논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논란 ▲싱하이밍 대사 ‘막말’ 논란 등이 이어졌지만 정부, 여당, 야당 어느 쪽도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참하다. 각종 외교 이벤트에도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6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윤 대통령의 현재 국정 운영 평가를 물은 결과, ‘잘 하고 있다’ 35%, ‘잘못하고 있다’ 57%로 집계됐다. ‘잘 모름’이거나 응답을 거절한 비율은 5%였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중순 이후 2주 연속 하락세였다가 최근 2주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가 25%로 가장 높았다. 다만 직전 조사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노조 대응’이 10%, ‘부정 부패‧비리 척결’이 4%로 뒤를 이었다. 부정 평가 1위 역시 ‘외교’(25%)였다. 뒤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전주 대비 8%포인트나 상승해 9%를 기록했다. ‘경제‧민생‧물가’도 9%로 공동 2위였다.

여야는 어떨까. 여야 대표 모두 취임 100일을 넘겼지만, 성적은 ‘낙제’에 가깝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에서 ‘여당과 제1야당 대표가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김기현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 부정 평가는 57%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긍정 평가 32%, 부정 평가 60%였다. 양당 대표 모두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훨씬 웃돌았다.

다만 이들 모두 ‘팬덤’ 사이에선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53%는 김 대표가 ‘잘한다’고 봤고, 민주당 지지층 역시 61%가 이 대표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했다. 반어적으로 ‘팬덤’이 아닌 이들로부턴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에 대한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28%(부정 평가 57%), 이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부정 평가 63%)에 그쳤다.

4월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전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연합뉴스
4월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전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연합뉴스

‘바람’은 있는데 ‘바람’이 안 분다? 제 3지대 딜레마

이 탓일까. 2023년 여의도에 최대 화두는 ‘제 3지대’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크게 갈린 정치판, 그 가운데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친윤석열계도 친이재명계도 아닌 각 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원외 전문가와 힘을 합쳐 새로운 세력을 구성하는 모습이다.

우선 과거 민주당 소장파로 활동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 창당을 예고했다. 금 전 의원은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9월경 창당을 시작해 연말까지 작업을 마치겠다”며 “기본적인 것을 지켜나가면 30석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의 창당을 도울 ‘멘토’로 김종인 전 위원장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직책은 맡지 않되, 금 전 의원에게 정책 방향을 제시‧조언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전문가로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한국의희망’이란 신당을 창당한다. 양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가 기다려온 희망정치가 시작된다”며 창당 계획을 알렸다. ‘한국의희망’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 예정이다. 신당에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밖에 여야 청년 정치인들이 원외에서 초당적 포럼을 구성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갈등’이 벌어질 경우 ‘제 3지대’ 세력이 급팽창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철학자이자 지식인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한계에 이르렀고, 이는 곧 대한민국이 한계에 이른 것”이라며 “더 이상 양당에 우리 미래를 책임질 능력은 생길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운명은 새로운 세력이 형성돼 정치 환경을 새롭게 하는 일을 해내느냐 못하느냐가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 3지대’를 바라보는 전망은 분분하다.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지만 별개로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띄우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건 인물난이다. 당의 ‘간판’ 역할을 할 인지도 높은 정치인,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원외 인사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실제 신당 창당 시 합류 후보군 물망에 올랐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일찌감치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늘어난 무당층이 제 3지대를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 정당이 성공하려면 기존 정치에 대한 대안과 더불어 조직력을 갖추고 명망있는 인사도 영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프랑스 등 소위 말하는 정치 선진국도 제3의 정당은 있지만 많은 득표를 얻지 못 한다”며 “제 3당의 출현과 별개로 그 성공 가능성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전체 응답률은 9.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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