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5개월 남았는데 ‘출제기관’ 전격 감사…‘공정수능’ 도마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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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공정 수능’ 지시에 담당 국장 경질, 평가원 감사
수능 방향 재조정 불가피…교육현장 ‘뒤숭숭’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23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 학력평가는 2024학년도 수능 체제에 맞춰 구성됐다. ⓒ 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 6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가 정부의 ‘공정 수능’ 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판단,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출제기관이 전격 감사를 받게 됐다. 수능을 담당하는 교육부 국장도 경질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를 수능에서 배제하라”며 ‘공정 수능’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수능 관리 책임을 물어 대입 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내고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해선 총리실과 합동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총리실 산하인 평가원이 합동 감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공정 수능을 가져가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고 교육부도 그런 방향을 잡았다”면서 “평가원이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점검‧확인하는 감사”라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공정 수능 기조가 수능에 반영되도록 6월 모의평가부터 면밀히 관리할 것을 대학 입시 담당 부서에 지시했지만 이런 메시지가 철저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담당 국장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부연했다.

결국 지난 1일 치러진 수능 대비 6월 모의평가가 정부의 ‘공정 수능’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책임자 경질과 평가원 감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교육계에선 지난 6월 모의평가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6월 모의평가 성적표는 오는 28일 배부된다.

이 같은 조치는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교육부 장관 보고에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이란 말인가”라고 말한 이후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16일 치러지는 올해 수능 기조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침이 사실상 “초고난도 문제를 출제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교육 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수능을 쉽게 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비문학이나 과목 융합형 문제는 통상 초고난도 문제로 꼽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항을 배제할 경우 전체 난이도는 평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교육현장에선 혼란이 감지된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수능 직전에 시험문제 방향이 바뀌면 어떡하잔 거냐” “그래서 올해 수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반응이 줄 잇고 있다.

교육 단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기본적 방향에 공감한다. 발언의 취지를 살리면서 선의의 피해자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방향을 뒤집는 것은 안 된다”며 “작은 학급을 하나 운영할 때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대통령이) 행정에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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