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혁신위’에 친명계 ‘좌불안석’…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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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 강조한 김은경, 원내 아닌 외부인사와 혁신안 마련
공천 개혁 가능성도 언급…현역 일부 “과속하면 분열” 우려

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을 이끌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이번 주 닻을 올린다. 다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 혁신기구 인적 구성과 역할, 과제 등을 두고 당내 계파 간 격론이 오가는 모습이다. 이에 ‘혁신위 무용론’을 주장하는 비이재명(비명)계뿐 아니라 친이재명(친명)계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가 김은경 혁신위원장에게 당의 전권을 위임한 가운데, 혁신위가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 등 공천 룰(rule)을 대대적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은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와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은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와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혁신위, 지도부 입김 차단…의원 참여도 최소화

19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당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은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주 중 혁신기구 명칭과 인적 구성 등을 당 최고위원회와 공유할 예정이다. 혁신기구는 1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 참여는 2~3명 내외로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역 의원 다수가 혁신위에 몸을 담을 경우 계파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단 우려에서다.

이에 이른바 ‘이재명 사퇴론’을 두고 거칠게 맞붙었던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은 모두 후보군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을 비롯해 계파와는 거리가 먼 당내 젊은 소장파 의원들이 혁신위원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현역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는 모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및 경제 및 정치 전문가 그룹으로 채울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유능한 민주당’이라는 키워드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직접 여러 채널을 통해 (혁신위에 참여할) 인물들을 추천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합류를 요청하는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혁신위는 오는 8~9월까지 약 100일 간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이재명 지도부는 대여 투쟁, 민생 행보에만 집중하고 당내 문제에선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역시 혁신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혁신위의 ‘보고’를 받지도, ‘지시’를 하지도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서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혁신 기구의)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며 전권 위임의 뜻을 밝혔다.

 

‘공천 룰’ 수술대로? “물갈이 시 반발 불가피”

혁신위는 ▲당의 도덕적 투명성 강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마련 ▲당의 핵심 의제 설정 등을 ‘혁신 테이블’ 위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최대 관심사는 ‘공천 룰’ 변경이다. 차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인지라 혁신위가 공천 개혁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실제 김 위원장이 ‘유능’을 강조한 만큼 일부 당규만 손대기 보다는, 당의 간판부터 문화‧정책 전반을 모두 ‘수술대’에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2015년 ‘김상곤 혁신위’ 사례가 거론된다. 과거 김상곤 새정치연합(현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 컷오프’라는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당내에선 컷오프 평가 공정성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일부 의원들이 공천 혁신안과 배치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입법화를 주장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 일각에서도 혁신위가 이른바 ‘물갈이’에 나설 경우 현역의원들의 거센 저항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혁신의 ‘성역’은 없어야겠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내부의 분열”이라며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총선이 코앞이다. (혁신위가) 과속을 한다고 판단하면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혁신위가 공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시 이재명 지도부와 대립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당규상 ‘전권형 혁신위’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해석에서다. 실제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혁신위가 당 쇄신안을 의결하더라도 최고위·당무위·중앙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최고위·당무위·중앙위 모두 당대표를 구성원으로 포함하고 있다. 혁신위가 당대표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나’라는 취지의 질의에 “혁신과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서 일정 부분 전권을 가지고 움직여 나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고위원회의가 가지고 있는 전권을 위임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혁신위 집행 권한에 관해서는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며 “집행은 그 다음 기구들이 만들어지면서 진행돼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집행기구는 아니지 않나”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혁신위원장에서 자진사퇴한) 이래경 이사장의 경우 친명계 인사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혁신위가 총선을 앞두고 당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혁신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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